한국당·새보수당 통합시 창녕 출마 의사 비쳐
황교안의 '중진 험지 출마론'에 "차라리 정계은퇴 권유하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4·15 총선에서 대구 동구을 또는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선거구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대구 동구을 현역 의원은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의원이고, 창녕은 홍 전 대표 고향이다. 보수대통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유 의원과 대구 동구에서 대결을 벌이고, 반대로 통합이 이뤄질 경우 차기 대선에서 전략적 요충지가 될 PK(부산·경남) 교두보 확보를 위해 밀양·의령·함안·창녕 선거구에 출마하겠다는 것이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조선일보DB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홍 전 대표는 이날 tbs라디오 '김지윤의 이브닝쇼'에 나와 이같이 밝히고 "(한국당과 새보수당의) 통합이 안 되면 유 의원이 다음 대선에 나올 것이기 때문에, 대구·경북(TK) 분열 방지를 위해 유 의원을 이번에 주저앉혀야 한다"고 했다. 보수 통합이 이뤄지지 않고 한국당과 새보수당으로 분열돼 총선을 맞게 된다면 이번 기회에 보수 정치권의 분열 구도 정리를 위해 자신이 유 의원 저격수로 나서 승부를 보겠다는 주장이다.
홍 전 대표는 밀양·의령·함안·창녕 출마에 대해서는 "PK 지역 광역단체장이 전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어서 고향인 창녕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지금 한국당에 PK 중심이 되는 인물이 없다"고 했다. PK 실지(失地) 탈환을 위해 PK 지역에 출마하겠다는 주장이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 등이 당대표급이나 중진들의 수도권 험지 출마 필요성을 거론하는 데 대해서는 "서울 강북이나 수도권 험지에 가서 한 석 보태더라도 그것이 한국당에 도움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홍 전 대표는 서울에서 국회의원 4선을 했고 경남지사를 거쳐 지난 2017년 5·9 대선 때 한국당 후보로 출마해 24% 득표율로 2위를 했다. 그런 자신이 의석 하나를 추가하는 것보다는 전체 대선판을 보고 출마 지역을 선택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홍 전 대표는 다만 "보수 대통합 과정을 보고 난 뒤 지역구를 선택하려 한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는 "보수 통합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유 의원과 대결을 통해 보수 정치권의 맹주(孟主) 자리를 정리할 필요가 있고, 통합이 된다면 PK 지역에서 민주당의 세(勢)를 꺾기 위해 자신이 나서야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홍 전 대표의 대구 또는 경남 출마 의사는 황 대표가 이날 "총선에서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다"면서 중진들의 험지 출마를 권고한 것과 배치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홍 전 대표가 공개적으로 이런 의사를 밝힌 것은 황 대표 측에 "나를 자꾸 자극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측면도 있어 보인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홍 전 대표는 황 대표 측이 차기 대선 경쟁에서 자신을 견제하기 위해 '중진 험지 출마' 프레임에 가두려 한다고 의심할 수 있다"며 "황 대표 측의 의도대로 호락호락 밀리지 않겠다는 홍준표식 메시지 아닌가 싶다"고 했다.
실제 홍 전 대표는 이날 황 대표 리더십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 통화 등에서 "입당 1년밖에 안 됐고 당에 공헌한 게 없는 황 대표가 수도권에 출마한다고 해서 다른 중진의원들까지 물귀신처럼 험지로 나가라는 것은 경우가 아니다"며 "차라리 중진의원들에게 정계 은퇴를 권유하는 게 맞는다"고 했다. 홍 전 대표는 "황 대표가 '나를 따르라'는 식으로 리더십을 보일 게 아니라, 제대로 하려면 '우리를 밟고 가라'고 해야 한다"며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하던 식으로 정당을 끌고 가선 안 된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는 검찰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과 관련해 한국당 의원들을 무더기로 기소한 데 대해 "패스트트랙 두 법을 모두 막겠다고 황 대표와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억지를 부린 책임이 있다"며 "기소당한 뒤 무죄라 주장하지만, 동영상이 다 나와 있어서 법원에서 무죄가 되긴 아마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보수통합과 관련해서는 "안철수, 유승민, 황교안 할 것 없이 모두 '원 오브 뎀'(여럿 중 하나)이 된다면 중도보수대통합이 될 것이고, 그렇게 안 하면 통합은 불가능하다"라며 "황 대표가 수없이 '내려놓겠다'고 했지만 정작 하나도 내려놓은 게 없고, 리더십 위기가 올 때마다 통합하자고 하니 상대방이 진정성을 못 믿는 것"이라고 했다.
[손덕호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