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8 (금)

이슈 종교계 이모저모

절판하라 했지만…법정 스님 열반 10주기 앞두고 다시 만나는 ‘말빚’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유명 수필 엮은 ‘스스로 행복하라’

맑고향기롭게, 다양한 문화행사도

불교신문선 ‘낡은 옷을 벗어라’ 내…무소유 삶의 지혜와 통찰에 숙연

경향신문

2010년 3월13일 법정 스님의 다비식이 열린 전남 순천 송광사에서 스님들이 법정 스님의 법구에 불을 지피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법정 스님(1932~2010)의 열반 10주기를 앞두고 생전 많은 이들에게 깊고 넓은 울림을 준 스님의 글을 묶은 책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법정 스님의 기존 출판물은 유언에 따라 절판됐다. 법정 스님은 열반 직후인 2010년 3월 당시 스님이 이끌던 봉사단체 ‘(사)맑고향기롭게’가 공개한 유언장에서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으려 하니, 부디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 주십시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스님의 맑고 향기로운 글들이 새롭게 출판되지 않으면서 독자들, 출판계는 아쉬워하기도 했다.

경향신문

최근 법정 스님의 유명 수필을 엮은 <스스로 행복하라>(샘터)가 발간됐다.

‘법정 스님 열반 10주기 특별판’이자 스님이 생전 30여년 동안 글을 실으며 깊은 인연을 맺은 ‘샘터’ 창립 50주년 겸 지령 600호 기념판이다. 최근 각계각층의 지원으로 재정위기를 넘긴 샘터사와 스님의 유지를 이어가며 저작권 관리를 맡은 ‘맑고향기롭게’가 협약서(MOU)를 맺어 책 출간이 이뤄졌다.

수필집 <스스로 행복하라>에는 ‘무소유’ ‘오두막 편지’ ‘텅 빈 충만’ ‘산에는 꽃이 피네’ 등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삶의 지혜와 통찰을 담은 20여편의 글이 수록됐다. 행복한 삶을 위한 스님의 가르침을 품은 제1장 ‘행복’을 시작으로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강조한 ‘자연’, <어린왕자> <모모> 등 스님이 발견한 지혜를 담은 책을 소개하는 ‘책’, 나눔과 배려의 가치와 의미를 강조하는 ‘나눔’ 등 모두 4장으로 구성됐다.

송광사 불일암을 거쳐 강원도 산골 화전민이 살던 오두막에서 무소유의 삶을 실천한 법정 스님은 글 속에서 불요(不要)한 것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비움으로써 오히려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살기를 당부한다. “온갖 고통은 결국 집착에서 온다”며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얼마만큼 홀가분해져 있느냐에 따라 행복의 문이 열린다”는 것이다. 또 “누가 내 삶을 만들어 줄 것인가. 오로지 내가 내 인생을 한 층 한 층 쌓아 갈 뿐”이라며 스스로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길 당부한다.

‘맑고향기롭게’와 샘터는 지난달 MOU를 통해 이번 수필집 출간과 함께 ‘무소유 어린이 글짓기대회’ ‘맑고 향기로운 음악회’ ‘사진공모전’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협력·개최키로 했다. ‘맑고향기롭게’는 또 이번 수필집 인세 수익을 월간 샘터의 지속적 발간을 위해 전액 기부하고, 법정 스님 입적 10주기 추모법회일(2월19일)에 참배객들에게 선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향신문

이에 앞서 불교신문사는 법정 스님이 1963~1977년 불교신문에 게재한 글 68편을 모은 추모집 <낡은 옷을 벗어라>를 출간했다.

미출간 원고들로 구성된 책에는 시 12편을 비롯해 불경에 근거한 비유를 통해 불교 가르침을 전하는 설화 형태의 글, 칼럼과 논문 등이 실렸다. 법정 스님이 주필·논설위원 등을 지냈던 불교신문 측은 “법정 스님의 가르침을 조명하고자 신문 영인본을 조사하던 중 찾아냈다”며 “유지에 따라 추모집 출간을 하지 않으려 했으나 스님의 가르침을 연구하는 차원에서 ‘(사)맑고향기롭게’와의 협의 아래 출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책은 스님의 사상적 흐름을 살필 자료”라며 “책 판매수익금은 불교 포교, ‘맑고향기롭게’의 장학기금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신문 최신기사

▶ 기사 제보하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