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재판장 박남천)는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유 전 연구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전체적으로 유죄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고 법리적으로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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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전 연구관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공모해 대법원 재판연구관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 박채윤씨 소송 관련 정보를 정리해 문건으로 만들게 시키고, 이 문건을 청와대로 유출한 혐의(직권남용·공무상 비밀누설)를 받았다. 이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유 전 연구관이 재판연구관에게 문건 작성을 지시했다거나, 문건이 청와대 또는 사법부 외부로 제공됐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판사를 그만두면서 대법원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를 갖고 나온 혐의(절도·개인정보보호법과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재판부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는 공공기록물이라고 보기 어렵고, 설령 유 전 연구관이 일부 파일을 변호사 사무실에 가져왔다고 하더라도 개인정보 유출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개인정보 유출은 기본적으로 개인정보 처리자의 관리통제권을 벗어나는 경우이기 때문에 이미 (정보가) 밖에 나가있는 상태라면 이후 장소적으로 이전된다고 하더라도 처벌되지 않는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대법원이 아니라 서울고등법원 재판부에 근무할 때 확보한 검토보고서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유 전 연구관 주장을 재판부가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또 “(유 전 연구관이) 다른 개인 소지품을 갖고 나가면서 검토보고서도 포함됐고, 개인정보를 변호사 영업에 사용했다는 증거가 없어 범행 의사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 출력물의 관리 실태와 관행, 소지 기간 등에 비춰볼 때 절도의 범의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유 전 연구관은 대법원에 근무할 때 대법원이 심리하던 숙명학원 사건을 퇴직 후 변호사로 수임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도 받았다. 재판부는 “직무상 취득한 사건이라는 것은 직접적·실질적으로 처리한 사건을 말한다”며 “유 전 연구관의 이력과 (숙명학원 사건의) 상고심 사건 처리 경과 등을 고려할 때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법원에 있으면서 구체적으로 숙명학원 사건을 담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변호사로 수임하는 게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했다는 유 전 연구관 측 주장도 인정했다.
사법농단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 14명 중 판결이 나온 것은 유 전 연구관이 처음이다. 유 전 연구관은 판결 선고 직후 취재진에게 “공정하고 정의롭게 판결해주신 재판부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더 겸손하고 정직하게 살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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