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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94쪽 美中합의문엔 농산물 리스트 `빼곡`…`트럼프 승전식` 방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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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中 '1단계무역합의' 서명 ◆

매일경제

15일(현지시간)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서명식을 마친 후 열린 백악관 만찬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넷째)이 마주 앉은 류허 중국 부총리(오른쪽 다섯째) 등 중국 대표단에게 이번 합의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EPA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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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15일(현지시간) 공식 서명한 1단계 무역합의는 양국이 지난해 12월 13일 발표한 무역협상 타결 내용을 구체화한 것이다. 이번 합의문은 영어로는 94쪽, 중국어로는 88쪽 분량이다. 지식재산권, 기술이전, 농산물, 금융서비스, 거시정책·외환 투명성, 교역 확대, 분쟁 해결, 부칙 등 8개 챕터로 구성된 합의문에는 세부 항목과 수치가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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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대표적인 것은 중국의 미국산 제품 구매 규모다. 합의문에 따르면 중국은 농산물, 공산품, 서비스, 에너지 등 분야에서 향후 2년간 2000억달러 규모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는 공산품 777억달러, 농산물 320억달러, 에너지 524억달러, 서비스 379억달러 등이다. 이 중에서 특히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 계획은 첫해에 125억달러, 두 번째 해에 195억달러 규모다. 농산물과 교역 확대 챕터는 전체 분량 중 47%를 차지할 정도로 합의문에서 비중이 컸다. 쇠고기, 돼지고기, 가금류, 가공육, 유제품, 쌀, 해산물, 과일·채소 등 품목별로 세부적인 합의 사항을 부속 합의로 첨부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선 농산물 수출 확대로 지지 기반인 '팜벨트'의 표심을 얻는 데도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해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서명식에는 미국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대거 초청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 모두발언에서 이들을 직접 호명했을 정도로 이번 합의가 미국 기업의 중국 진출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참석한 주요 CEO는 △스티븐 슈워츠먼(블랙스톤) △데이비드 캘훈(보잉) △데이비드 애브니(UPS) △알 켈리(비자) △아자이 방가(마스터카드) 등이다.

이번 합의에서 미국의 큰 수확 중 하나는 중국 금융시장 개방이다. 중국은 미국 은행, 보험 등 금융회사의 진출을 위한 장벽을 제거하기로 했다. 아울러 이번 합의로 인해 중국은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금지,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환율 조작 금지 등을 이행하기로 했다.

이러한 중국의 조치에 대한 반대급부 차원에서 미국은 당초 지난해 12월 15일부터 부과할 예정이었던 중국산 제품 1600억달러어치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또 1200억달러 규모의 다른 중국 제품에 부과해 온 15%의 관세를 7.5%로 인하하기로 했다. 2500억달러 규모 중국 제품에 부과하던 25%의 관세는 그대로 유지하지만, 2단계 협상 후 철회하기로 했다.

중국 측은 이번 합의에 대해 대내 여론에 신경 쓰는 모습이다. 중국이 미국과 굴욕적인 합의를 맺은 것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능동적이고 대등한 입장에서 미국과 협상을 벌였다는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다. 류허 중국 부총리는 "이번 합의는 중국뿐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이로운 성과"라며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6%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번 합의를 계기로 중국은 앞으로도 개혁·개방을 심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중국의 지식재산권 보호 및 기술이전 금지 노력은 중국 경제를 혁신 발전의 길로 유도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미국산 농산물 수입 역시 중국 소비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농촌 지역 개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서명식은 미국의 '승전 선언식'을 방불케 했다. 예정 시간보다 20분 늦은 오전 11시 50분에 입장한 트럼프 대통령은 총 75분간 열린 행사에서 50여 분간 마이크를 독차지했다. 특히 중국 전문가인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부 장관과 상하원 의원들을 포함해 기업 관계자 수십 명을 일일이 소개했다. 그동안 류 부총리 등 중국 대표단은 어색한 표정으로 병풍처럼 서서 박수만 치는 상황이 장시간 연출됐다. 미국 언론들은 이날 낮 12시부터 민주당이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의 상원 이관에 대한 표결 절차를 시작한 점이 행사가 늘어진 배경이라고 풀이했다. 두 이벤트가 나란히 생방송으로 중계된다는 점을 의식한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러 늦게 입장하고 시간도 끌었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직접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겠다고 말했지만, 구체적 방문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뉴욕 = 장용승 기자 /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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