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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기자의 눈] 대화없는 대치로 멈춰선 기업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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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장도민 금융증권부 기자 © 뉴스1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이 15일째 본점 사무실에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낙하산 반대'를 외치며 윤 행장 출근을 매일 막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윤 행장은 2017년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이 세운 기록(14일)을 깨고 가장 오랜기간 출근저지를 당한 은행장에 이름을 올렸다. 노조는 윤 행장의 끊임없는 대화 요청에도 귀를 닫고 있다.

윤 행장은 외부 임시 집무실에서 원격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업은행이 제대로 굴려갈 리 없다. 이미 임기가 끝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기업은행 임원 인사는 가닥 조차 잡지 못해 조직 내부가 어수선하다. 경쟁 은행들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경자년을 출발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기업은행은 정부가 최대주주인 국책은행이다. 그러나 시중은행 역할도 하고 있으니 은행 사정에 밝은 내부 출신이나 금융전문가가 은행장이 돼야 한다는 노조의 주장은 백번 옳다. 그렇다면 정통 관료 출신인 윤 행장은 금융 문외한인가. 재정경제원 금융정책과 서기관, IMF(국제통화기금) 이코노미스트,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IMF 상임이사, 대통령비시설 경제수석. 윤 행장의 화려한 경력이다. 그가 기업은행 내부 사정에 밝지는 않겠지만 자타가 공인하는 경제금융 전문가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노조는 조합원의 권익 개선을 위해 존재한다. 그래서 언제나 지켜야할 선이 있다. 임명 과정의 절차는 물론 자질에도 문제가 없는 신임 행장과의 대화 자체를 거부하며 경영 차질을 야기하는 것을 두고 이런 선을 지켰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노조가 상위 노조인 금융노조에 이어 한국노총까지 끌어들인 점은 말할 나위도 없다.

기업은행은 수백만 중소기업들과 자영업자들의 자금줄 역할을 해야하는 곳이다. 대화없는 대치가 길어질 수록 누가 피해를 보게되는지는 명확하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노조는 투쟁의 명분을 점점 잃어갈 수밖에 없다. 용기를 내서 시작한 첫 마디는 모든 사태해결의 출발점이 된다. 그렇기에 대화의 '물꼬를 튼다'는 표현이 널리 쓰인다. 이제라도 조속히 대화가 시작돼야 한다. 진통은 지금까지로도 충분해 보인다.
j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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