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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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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선의 워싱턴 Live] 美 "방위비협상서 순환배치 비용을 더 중요하게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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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부 고위급 본지에 밝혀

"한국에 전략자산비용은 요구 안해… 호르무즈 파병은 협상의제 아니다"

조선일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16일(현지 시각)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는 내용의 공동 기고문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실었다. 워싱턴에서 14~15일 열린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6차 회의가 합의 없이 끝난 지 하루 만이다. 막판 협상을 앞두고 미국의 외교·국방 수장이 분담금 인상을 공개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이날 오후 7시쯤 월스트리트저널 웹사이트에 '한국은 미국에 의존하는 나라가 아니라 동맹이다'란 제목의 공동 기고문을 올렸다. 서울의 아침 시간에 맞춰 미국 정부 입장을 전한 것이다. 이들은 기고문에서 "미국은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했다. 이어 "한국이 한반도 미군 주둔의 가장 직접적인 비용의 3분의 1만 부담하고 있다"면서 "비용이 증가하면서 한국의 부담 몫은 줄어들고 있다. 현행 방위비 분담금 협정은 한국 방위 비용의 일부만 담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국무부의 한 고위 관리는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기고문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문제가 국무·국방장관의 최우선순위 관심사임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미국이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기존 SMA 틀에는 반영되지 않은 '준비 태세 비용'"이라고 했다. 미군이 한국 방어 준비 태세를 갖추기 위해선 미군의 한반도 순환 배치와 역외 훈련 비용 등이 발생하는데 그 일부를 분담해달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한국이 직접적인 혜택을 보는 핵우산이나 다른 전략자산 등에 대해서는 비용 분담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또 한국의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동맹 기여로 인정해 분담금 협상에서 고려할 수 있다는 관측과 관련해선 "파병 문제는 이 협상의 논의 주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을 향해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대놓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최근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기존 분담금의 5배인 50억달러를 요구하고 있다는 얘기는 거의 사라졌다.

지난해 12월 5차 회의에서 미국 측 협상팀이 분담금 인상 총액을 약 40억달러로 내린 것으로 알려진 후 실제 합의될 액수는 그보다 낮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국무·국방장관의 기고는 그 적정선을 찾기 위해 막판 압박을 가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본지와 인터뷰한 미 국무부 고위 관리도 "협상은 거의 막바지"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협상 과정을 면밀히 챙기고 있다고 한다.

국무부 고위 관리는 '목표 총액을 더 줄였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큰 숫자들은 혼란만 줄 뿐이다. 숫자는 더 이상 우리 논의와 협상의 초점이 아니다"라면서 "한국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한·미가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합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관심은 한국이 동맹에 기여할 방안을 찾아 미국 납세자에게 가는 부담을 줄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미국산 무기 구매를 방위비와 연계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다. 그는 "한국의 무기 구입이 미국 경제, 무역,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미국 납세자의 부담을 줄이는 직접적인 기여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그런 관점에서 미국의 핵심 관심사는 기존 SMA 틀에는 반영되지 않는 '준비 태세 비용'이라고 했다. 그는 "미군이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모든 자원을 갖추고 한반도에서 고도의 준비 태세를 갖추려면 한국 사정에 맞게 훈련하고 장비를 갖추고 계속 순환 배치하게 되는데, 이 비용의 일부가 한반도 밖에서도 발생한다"며 "(그 비용을) 한국이 전부 부담하라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부분을 분담해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의 호르무즈해협 파병 문제와 관련해선 "설사 협상에서 언급됐다 해도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한 것이었고 (그 문제는) 다른 적절한 채널을 통해 다룰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토지 임대료 등을 방위비에 포함하는 방안, 면세 등 여러 방안이 거론됐지만 큰 의미는 없었다"면서 "그런 사안들이 논의의 중심은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에스퍼 국방장관은 이날 기고문에서 방위비 분담금이 결국 한국 경제로 되돌아간다고 주장했다. "한국 부담 기여분의 90% 이상이 주한 미군에 고용된 한국인들의 급여, 건설 계약, 미군 유지를 위해 현지에서 구매하는 서비스 형태로 지역 경제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한국 분담금의 일부인 많은 돈이 재화와 서비스 면에서 한국 경제로 직접 되돌아간다"고 했다.

[워싱턴=강인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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