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과 의붓아들 살해 혐의를 받는 고유정(왼쪽)이 20일 오후 제주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을 마친 뒤 청사를 나서 호송 버스에 오르고 있다. 제주=뉴스1

20일 오후 제주지법에서는 고유정(37)에 대한 11차 공판이 열렸다. 그는 작년에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환우 검사는 이날 결심공판을 맞아 구형 전 최종 의견을 내면서 그간 제시된 증거와 고유정의 범행 동기를 다시 한 번 돌아봤다.

이 검사는 “살아있어야 억울한 일을 면한다”는 이국종 아주대병원 의대 교수(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의 말을 인용해 의견 진술을 시작했다.

이 검사는 “피고인이 아무리 거짓으로 일관한다 해도 진실 앞에서 무릎을 꿇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검사는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고유정의 전 남편 강모(1983∼2019)씨와 의붓아들 홍모(2014∼2019)군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갔다.

이 검사는 이 자리에서 고유정의 범행 당일인 지난해 5월25일 강씨가 2년 만에 아들을 만나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강씨는 아들에게 다가가 번쩍 들어올려 목마를 태운 채 함께 환한 웃음을 지었다.

이 검사는 “많은 수사를 해왔지만,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라고 덧붙였다.

고유정의 의붓자식 홍군에 대해서는 “태어난지 석달 만에 친엄마를 잃고 할머니 손에 자랐다”며 “해맑았던 홍군이 침대에서 (살해당할 때) 얼마나 고통스럽고 두려웠을지…”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두 피해자의 사연을 전하던 이 검사는 두 차례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삼키기도 했다. 유가족과 방청객이 흐느끼는 소리도 법정에 울렸다.

이 검사는 “사형이 정상적으로 집행되지 못하는 우리 법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고유정은 아들 앞에서 아빠를, 아빠 앞에서 아들을 참살하는 반인류적 범행을 저질렀다”며 사형을 구형했다.

그 순간 방청석에서는 박수 소리가 울리기도 했다.

고유정 측 변호인 남윤국 변호사는 “증거 조사가 미미하며, 방어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결심 연기를 요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다음달 10일로 최후진술과 변론을 늦췄다.

김명일 온라인 뉴스 기자 terr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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