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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미 민주당, 첫 경선 ‘결과 발표 지연’ 초유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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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아이오와 코커스 실시, “수치 불일치 발견”

개표 보고용 앱 작동도 결함…경선 첫발부터 꼬여

민주당 대혼란…트럼프 쪽 “가장 엉성한 열차 사고”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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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첫 경선인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결과 발표 지연’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설 적수를 뽑는 경선이 첫발부터 꼬이면서 민주당은 안팎의 비판과 조롱에 직면하게 됐다.

아이오와 코커스는 3일(현지시각) 저녁 7시 이 주 전역에 마련된 1678개 기초선거구에서 당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이뤄졌다. 보통은 코커스가 개시된 뒤 2~3시간 뒤면 결과의 윤곽이 나왔지만, 민주당은 이번에는 이튿날 오전까지도 아무런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아이오와 민주당은 지연 이유에 대해 이날 밤늦게 성명을 내어 “(각 선거구에서 본부로 보고하는) 세 종류의 수치에 불일치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번 코커스부터 1차 투표, 2차 투표(1차에서 15% 미만 득표한 후보를 제외하고 다시 선택), 이를 종합한 대의원 할당 수 등 세가지 수치를 취합하기로 했는데, 이 과정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아이오와 민주당의 트로이 프라이스 의장은 “수작업으로 집계한 뒤 화요일 늦게(한국 5일 오전)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아이오와가 민주당의 첫 경선지로 결정된 1972년 이후 50년 가까이 각 기초선거구는 후보들이 최종적으로 획득한 대의원 할당 수만을 카운티에 보고하는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2016년 치러진 아이오와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치열한 접전을 벌인 뒤 샌더스 쪽이 각 후보의 1, 2차 득표수까지 보고하도록 민주당 전국위원회에 요구해 이를 관철했다. 이에 따라 이번 코커스부터 기초선거구가 보고해야 할 수치가 세 종류로 늘어나면서 득표 집계 속도를 느리게 한 측면이 있다.

또한 개표 결과를 보고하기 위해 사용하는 앱의 작동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 타임스>는 “기초선거구 책임자들이 로그인을 하기 위해 씨름하다가 결국 전화로 보고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전했다. 플로이드카운티 의장인 윌리엄 바셀은 “우리 지역에서만 3곳의 기초선거구에서 결과를 보고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개표 결과 공개가 지연되자 아이오와 전역에서는 온갖 종류의 소문이 퍼졌다. 특히 러시아의 개입 의혹이 불거진 지난 대선처럼 이번 대선에서도 외부의 해킹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등의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아이오와 민주당 쪽은 “해킹이나 외부의 침입은 아니다”라며 “기본적인 데이터와 (뒷받침되는) 일련의 문서들은 양호하다”고 밝혔다.

전례 없는 사태에 민주당은 혼란에 빠졌다. 샌더스와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등 주자들은 당에 설명을 요구하는 한편, 득표 현황도 모른 채 이날 밤 지지자들 앞에서 마무리 연설을 해야 했다. 개표 발표가 연기되자,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렸던 샌더스 진영은 내부 자료를 인용하며 자신들이 승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민주당의 경선 관리 능력과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결과를 놓고 내부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민주당의 수권 능력에 대한 유권자들의 의구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 캠프 책임자인 브래드 파스케일은 성명을 내어 “역사상 가장 엉성한 열차 사고”라며 “이런 사람들이 보건시스템 전체를 운영하고 싶어한다고?”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민주당과 달리 공화당의 아이오와 코커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싱거운 승리’로 끝났다. <에이피>(AP) 통신은 코커스가 시작된 지 25분 만인 저녁 7시25분, 트럼프 대통령이 97% 득표로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도전자인 빌 웰드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조 월시 전 하원의장은 약 1% 득표에 그쳤다.

디모인(아이오와)/황준범 특파원, 정의길 선임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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