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경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22일(현지시간)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한 연설에서 네바다주 경선 승리를 선언하고 지지자들에게 연설하며 팔을 들어올리고 있다. 샌안토니오|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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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을 흔들기 위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선거운동을 도우려 한다는 이른바 ‘러시아 지원설’이 미 대선 국면에 돌출변수로 부상했다. 러시아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돕기 위해, 민주당 경선 후보 중 본선 경쟁력이 약하다고 평가되는 샌더스 의원을 지원하려 한다는 것이 ‘러시아 지원설’의 요체다. 당사자인 샌더스 의원에게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각에선 2016년 대선 러시아 개입 스캔들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샌더스 의원을 향한 ‘러시아 지원설’은 네바다주 경선 하루 전인 2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로 알려졌다. 신문은 미국 당국자들이 샌더스 의원에게 ‘러시아가 민주당 경선에 개입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샌더스 캠프를 도우려 한다’는 얘기를 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신문은 러시아가 어떤 식으로 샌더스 캠프를 도우려 한다는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의회도 ‘러시아 지원설’과 관련해 보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샌더스에 ‘득’일까 ‘독’일까
민주당 경선 초반 선두를 이끌고 있는 샌더스 의원에게 러시아 지원설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으나 “대응이 필요한 민감한 이슈”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일단 지지자들의 결집으로 이어질 수 있다. 22일 네바다 경선에서 샌더스 의원은 50%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승리했다.
다만 경선 초반인 만큼 ‘러시아 지원설’이 불거질수록 ‘샌더스는 본선에서 약함’이라는 프레임을 전면에 내세우는 중도진영 주자들에게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당장 네바다 경선에서 2위에 오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한 연설에서 ‘러시아 지원설’을 소재로 “러시아는 트럼프 대통령과 샌더스 상원의원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며 “트럼프에게 그가 원하지 않는 것을 안겨주자”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이길 후보는 자신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역시 네바다 경선에서 3위를 기록한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도 “샌더스 의원이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은 위태로운 일”이라며 샌더스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을 이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샌더스 의원은 전날 성명에서 “트럼프와 달리 나는 블라디미르 푸틴을 좋은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러시아 등 외부 세력의 선거 개입 시도에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샌더스 의원의 경쟁자들은 ‘버니 브로스’(Bernie Bros·버니의 형제들)로 불리는 샌더스 의원의 극성 지지자들이 상대 후보들을 깎아내리는 주장을 인터넷에서 마구 퍼뜨리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샌더스 의원도 이런 주장을 감안해 지난 19일 TV토론에서 ‘악의적 행위자의 소셜미디어 조작 가능성’을 언급하며 간접적으로나마 러시아로 비판의 방향을 돌리려 애쓰기도 했다.
제2의 러시아 대선 개입 스캔들?
샌더스 의원에 대한 러시아 지원설은 ‘러시아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한 의회 보고 내용이 알려진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조지프 매과이어 국가정보국(DNI) 국장 대행을 경질했다. 이 경질 배경을 추적해 보니, DNI가 지난 13일 하원 정보위원회에 러시아가 미국 대선 과정에 개입을 시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도우려 하고 있다고 보고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불만족스럽게 여겼다는 보도가 나왔다. 매과이어 국장 대행은 의회 보고 이튿날인 14일 백악관에 불려들어갔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충성파인 리처드 그리넬 독일 주재 미국 대사를 DNI 국장대행에 임명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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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샌더스 의원을 향한 러시아 지원설을 즐기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경선 과정인 만큼, 러시아 개입과 관련한 논란이 자신이 아니라 샌더스 의원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샌더스 의원의 네바다 압승에 “축하한다”, “1등을 뺏기지 말라”면서 “전하는 바에 따르면 크렘린이 버니 샌더스의 대선 승리를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누군가 나한테 이것을 왜 말해주지 않았는가”라고 ‘러시아 지원설’을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 역시 ‘러시아 지원설’이 자신의 재선을 위한 ‘제2의 러시아 대선 개입 스캔들’로 커질 땐 부담이 크다. 앞서 미 정보기관과 수사당국은 2016년 대선 당시 러시아가 트럼프 대선 후보를 돕기 위해 개입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2일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보당국의 의회 보고 내용과 관련해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정보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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