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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검사 미뤄왔나… 日, 올림픽 연기 후 감염 폭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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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300명 넘게 확진 판정받아… 도쿄 430명 확진, 서울보다 많아

前도쿄도지사 "검사 부족" 비판에

아베 "감염 감추고 있는 건 아냐… 검사 건수 적지만, 사망자도 적다"

일본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감염자 폭증'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28일 하루에만 일본 전역에서 하루 최다인 208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29일에도 103명의 신규 감염이 확인됐다. 특히 도쿄도(東京都)에서는 25일부터 3일 연속 4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더니 신규 감염자가 28일 63명, 29일 68명으로 늘어났다. 이로써 도쿄도의 환자 수는 모두 430명을 기록, 서울의 확진자 수(410명, 29일 0시 기준)를 넘어섰다. 도쿄도에서는 지난 24일 이후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PCR)를 받은 시민 중 절반가량이 확진자로 판명돼 검사 건수를 늘릴 경우 더 많은 환자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NHK방송에 따르면 29일 현재 일본 전역에서 코로나 환자는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환자를 포함해 총 2539명(사망자 65명)이다. 대규모 집단감염도 늘어나는 추세다. 도쿄 다이토구의 한 병원에서는 28일 하루에만 30명의 원내(院內) 감염이 확인됐고, 29일에도 20명의 감염자가 추가로 나왔다. 지바현에서는 장애인 보호소인 '호쿠쇼 육성원'에서 총 58명의 감염이 확인됐다.

일본에서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는 배경으로는 올림픽 연기 결정이 나기 직전의 춘분(春分)날인 20일부터 3일간 연휴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꼽힌다. 일본 정부와 도쿄도는 그때까지만 해도 올림픽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아무런 경계 경보를 발령하지 않았다. 마침 화창한 날씨에 만개한 벚꽃을 보기 위해 시민들이 밖으로 나오면서 경계감이 사라졌다. 도쿄도는 24일 올림픽 연기 결정이 난 후에야 "지금은 중대 국면"이라며 '외출 자제'를 호소했다. 도쿄·오사카 시민들은 지난 주말 대부분 외출하지 않고 집에서 보내는 바람에 도심은 한산했으나 이미 경계령 발령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8일 기자회견에서 감염이 폭증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유럽과 미국의 사례에서 보면, 불과 2주 만에 감염자 수가 지금의 30배 이상으로 뛰어오를 수 있다"며 "일부 국가에서는 수백명 규모로 사망자 수가 증가하며 의료 붕괴라고 부를 만한 사태도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코로나 종식 시점에 대해 현시점에서 대답할 수 있는 세계 정상은 단 한 명도 없다"고 했다.

일본 정부와 지자체는 현재의 상황이 심각한 단계에 접어들 수 있다고 보고 뒤늦게 시민들에게 '밀집(密集), 밀폐(密閉), 밀접(密接)'의 특징을 가진 장소를 피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검사 건수를 늘리지 않아 환자 수가 축소돼 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후생노동상을 지낸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전 일본 도쿄도지사는 28일 트위터에 "올림픽 연기가 결정됐기 때문인지 검사를 허용하니 지금 급증하는 중"이라며 "바이러스 감염자는 공표 숫자 이상으로 더 있다. 검사가 불충분했기 때문에 나오지 않았을 뿐"이라고 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아베 총리는 28일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가 (감염자들을) 감추고 있는가 하는 논란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검사 건수가 적지만, 사망자 수도 많지 않다"고 반박했다. 아베 총리는 현재의 상황이 더 심각한 국면으로 가면 지체 없이 긴급사태 선언을 한다는 방침이다.

[도쿄=이하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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