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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美 해군장관 대행, 경질된 항모 함장에 "순진하거나 멍청" "배신"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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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모들리 미 해군장관 대행이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의 브렛 크로지어 전 함장을 향해 “지나치게 순진하거나 멍청한 사람”(Too naive or too stupid)이라고 맹비난했다. 크로지어 전 함장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위험에 처한 승조원의 하선을 요청하는 편지를 국방부에 보냈다가 경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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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렛 크로지어 전 루스벨트함 함장.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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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 시각) CNN에 따르면 모들리 장관 대행은 이날 오전 루스벨트함 승조원을 대상으로 한 공개발언에서 “오늘날 우리가 살고있는 시대에서 (편지에 담긴) 정보가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크로지어 전 함장은 지나치게 순진하거나 멍청한 사람”이라면서 “아니면 의도적으로 그렇게(외부에 유출) 한 것”이라고 했다.

모들리 장관 대행은 “그것은 배신이었다”고 했다. 그는 “크로지어 전 함장의 편지로 워싱턴DC에 큰 논란이 초래됐다”며 “이는 명령·지휘 계통에 대한 신뢰의 배신”이라고 했다. 모들리 장관 대행은 크로지어 전 함장을 경질한 당사자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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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모들리 미 해군장관 대행.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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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지어 전 함장은 지난달 30일 국방부에 ‘승조원들을 죽일 필요가 없다. 제발 배에서 내리게 해 달라’, ‘우리는 지금 전쟁 중이 아니다. 우리를 (육지에) 내려달라’는 내용의 4쪽짜리 편지를 보냈다. 그는 ‘우리가 지금 행동하지 않는다면 가장 중요한 자산인 우리 승조원들을 관리하는 데 실패할 것’이라고도 썼다.

이 편지가 현지 언론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을 통해 보도되자 군 수뇌부의 안일한 대응에 대한 비판이 빗발쳤다. 결국 해군은 크로지어 전 함장이 편지 유출 과정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고 지난 2일 그를 경질했다.

모들리 장관 대행은 크로지어 전 함장 경질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그를 구제하기 위한 여러분의 분노를 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며 “남은 생애 동안 계속 분노하더라도 이해한다”고 했다. 지난 3일 미국령 괌에 입항한 루스벨트함에서 크로지어 전 함장이 하선하자 수백 명의 승조원들은 그를 배웅하며 박수와 환호로 경의를 표했다. 미 청원 웹사이트 '체인지(change.org)'에는 "크로지어를 지휘관으로 복귀시켜 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5일 기준 22만7000여 명이 서명했다.

한편, 이날 루스벨트함 전체 승조원 중 173명이 코로나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승조원의 61%가 진단 검사를 받았다고 CNN은 미 해군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어 해군은 승조원 약 2000명이 배에서 내려 해변으로 이동했고 오는 10일까지 2700명을 이동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크로지어 전 함장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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