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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이슈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

라임 사태에 칼 빼든 검찰…청와대 전 행정관 겨누나 [더(The)친절한 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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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THE) 친절한 기자들]

피해자 4000명, 피해금액 2조원 ‘거대한 모래성’

‘펀드 돌려막기’ 수법 쓴 기업사냥꾼들

총수익스와프(TRS)로 개인투자자들 피해 클 수도

속도 내는 검찰, 금감원 출신 청와대 전 행정관 겨누나


한겨레

지난해 10월14일 기자간담회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는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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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강한 조직을 만들 수 있습니다.’

라임자산운용은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2012년 투자 자문사로 시작했던 라임은 사모펀드의 규제 벽이 낮아진 2015년 펀드 운용사로 업종을 바꾸었고 지난해 7월엔 운용 자산규모가 5조 9천억원을 넘어서는 국내 1위 헤지펀드사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라임은 같은 해 10월 최대 1조3천억원 규모의 펀드에 대한 환매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자신의 투자 지분을 회수할 수 없게 된 겁니다. 당장 투자자들에게 돌려줄 돈이 없다는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의 말에 분노했고, 금융당국이 라임 경영진을 수사 의뢰하면서 검찰이 본격 수사에 나섰습니다. 라임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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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사건, 라임 사태의 시작


사실 라임의 부실투자 의혹은 환매 중단 선언 전부터 불거졌습니다. <한국경제>가 지난해 7월 라임의 펀드 돌려막기 의혹을 처음 제기했습니다. 수익률을 돌려막았다는 내용과 함께 부실기업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사들이며 부실투자를 일삼았다는 정황도 나왔습니다. 새로운 투자자들의 투자자금을 기존 투자자들의 수익금으로 돌리는 등 ‘카드막기’와 비슷한 수법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증권선물위원회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혐의로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을 검찰에 이첩한 상황이었습니다.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라임이 투자했다는 디에이테크놀로지, 동양네트웍스, 블러썸엔앤씨, 에스모, 리드 등이 ‘라임 리스트’에 포함돼 부실기업 혹은 좀비기업이라는 의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포되기도 했습니다. 증권사 등 일부 판매사들은 펀드 판매 중단을 선택했습니다.

그러자 금융감독원은 8월부터 라임에 대한 검사에 들어갔고, 이 전 부사장이 펀드를 운용하며 회사 안팎의 자금을 횡령한 정황을 포착해 9월에 라임 관계자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혐의 등으로 검찰에 수사의뢰했습니다. 불안한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은 급증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라임은 10월 모펀드 3개와 자펀드 149개에 대해 환매 중단을 결정했고, 원 대표는 같은 달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코스닥 주가 약세로 운용 중인 메자닌 펀드 수익률이 악화돼 주식전환을 통한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졌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메자닌은 건물 1층과 2층 사이에 있는 라운지 공간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로 채권과 주식의 중간 위험 단계에 있는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에 투자하는 것을 말합니다.

급성장에 가려 있던 라임의 실상도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전문가들은 라임이 많은 투자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단기간 고수익을 내는 대신 위험성이 큰 구조로 펀드를 운용했다는 점을 라임 사태의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라임은 공모펀드보다 규제가 적은 사모펀드만을 판매했습니다. 사모펀드는 49명 이하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비공개로 운용되며 펀드 운용에 제약이 없어 비상장회사 주식이나 메자닌에도 투자할 수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라임자산은 모자펀드를 활용해 모펀드 하나에 수백개의 자펀드를 묶었습니다. 자펀드에 자금을 모으고 이를 모펀드에 투자해 투자자가 모펀드에 나는 수익을 가져가는 방식입니다. 모펀드가 손쉽게 투자금을 불릴 수 있지만, 모펀드 하나가 무너지면 아래 딸린 자펀드도 함께 무너지는 ‘도미노’와 같은 구조라 위험성이 큽니다. 금감원은 라임이 환매를 중단한 펀드만 모펀드 4개, 자펀드 173개로 모두 1조6679억원의 규모로 보고 있습니다.

수익률 회복이 어렵다면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또, 개인 투자자보다 증권사에 먼저 돈을 지급하는 티아르에스(TRS·총수익스와프) 계약을 맺어 최악의 경우엔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현재 피해자는 4000명이 넘고 피해 금액은 2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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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모래성 쌓은 기업사냥꾼들


그렇다면 ‘거대한 모래성’ 같은 라임의 운용을 가능하게 한 인물들은 누구일까요? 우선 이 사건의 키맨은 이종필 전 부사장입니다. 이 전 부사장은 라임이 사모펀드 운용사로 변경된 2015년 라임자산운용 대체투자부문 총괄로 영입됐습니다. 그는 메자닌 투자기법을 통해 고수익을 보장하며 명성을 얻었습니다. 겉으로는 고수익을 내는 공격적 투자였지만 펀드 손실을 막으려 부실자산을 인수하거나 비상장 주식에만 투자하는 등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라임 사태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 전 부사장은 이 과정에서 기업사냥꾼들과 손을 잡았다는 의혹을 받습니다. 라임의 돈줄로 지목되는 ‘기업사냥꾼’ 김아무개 스타모빌리티 회장 또한 이 사건의 핵심인물입니다. 강남에 룸살롱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김 회장은 각종 로비에 연루된 인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 전 부사장은 스타모빌리티의 주요 주주로 김 회장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습니다. 라임 사태가 불거진 이후인 올해 1월에도 라임의 펀드자금 195억원이 스타모빌리티에 투자됐습니다.

김 회장을 중심으로 한 인맥들이 라임을 위해 움직였습니다. 김 회장과 알고 지내던 장아무개 전 대신증권 반포더블유엠(WM)센터장은 2천억원이 넘는 사모펀드를 판매해 라임 투자금을 집중적으로 끌어모았습니다. 장 전 센터장은 이 전 부사장과 대신증권 선후배 사이기도 합니다. 또, 김 회장은 이 전 부사장에게 자신의 고향친구인 금융감독원 출신 김아무개 전 청와대 행정관도 연결해줬습니다. 장 전 센터장이 일명 ‘청와대 행정관 녹취록’에서 “여기가 키(key)다. 라임 이분이 다 막았다”고 말한 인물입니다. 김 전 행정관은 김 회장으로부터 200만원 한도의 법인카드와 거액의 현금을 받았고, 동생이 스타모빌리티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수천만원의 급여를 받았다는 등의 의혹도 받습니다.

또 다른 김 회장도 등장합니다. 라임이 부동산사업 시행사인 메트로폴리탄에 투자한 2500억원 가운데 2천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김아무개 메트로폴리탄 회장입니다. 메트로폴리탄은 전주인 김 회장이 라임 펀드 매입을 위해 자금을 빼려 한 재향군인회 상조회를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이 2천억원을 부실펀드를 막는 데 사용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증권사들도 이 사태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라임은 2018년 대형 증권사인 신한금융투자·대신증권·케이비(KB)증권과 하나·우리·신한은행 등 시중은행사와 손을 잡으며 판매사를 확장해 몸집을 부풀렸습니다. 피해자들은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과 케이비증권 등이 손실 위험을 숨겨 라임 관계자들과 공모했거나 방조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습니다. 이 가운데 임아무개 신한금융투자 전 임원이 지난 26일 라임 펀드의 부실을 알면서도 고객에게 수백억원의 펀드를 판매해 수수료를 챙긴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이 전 부사장을 펀드의 직접수익자로 지정된 걸 인지한 김아무개 케이비증권 팀장도 곧 소환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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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든 검찰, 청와대로 향하나


라임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주요 피의자 검거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검찰은 10월29일 라임의 최대주주였던 코스닥상장사 리드 경영진 4명을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했고, 해당 사건에 연루된 이 전 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이 전 부사장은 11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현금 3억원을 챙긴 채 잠적했습니다. 스타모빌리티 김 회장은 지난해 1월 경기도버스운송업체인 수원여객 횡령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경찰의 수사망에 오른 뒤 역시 잠적한 상태입니다. “리드 사건은 개인 횡령사건”이라고 설명했던 검찰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폐지하자 형사6부(부장 조상원)에 사건을 재배당하고 본격 수사에 나섰습니다. 금융 사건을 다루는 금융조사부가 아닌 사실상 반부패사건을 담당하는 형사6부에 사건을 맡긴 건 이 사안이 단순한 금융사기 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전주’인 김 회장이 여권 인사들과 연계돼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2월 라임 수사팀에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 3명과 서울동부지검 소속 검사 1명을 서울남부지검에 파견하도록 직접 지시했습니다. 또, 법무부는 고심 끝에 검사 두 명을 더 파견했고 서울남부지검 소속 검사 한 명도 내부 충원받아 부장검사를 포함해 모두 12명의 검사가 라임 사건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이 전 부사장과 김 회장 등 핵심 관계자들의 잠적으로 본류 수사가 어려워지자 검찰이 김 전 행정관 쪽으로 수사방향을 틀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검찰은 지난 1일 김 전 행정관의 동생이 사외이사로 근무한 스타모빌리티 본사를 압수수색해 회계장부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습니다. 수사팀은 김 전 행정관이 받은 금품이나 동생의 사외이사 직책에 대가성이 있는지 검토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현 단계에선 행정관 이상의 윗선을 수사하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수사하다 정계 관계자가 나올 가능성도 있겠지만 현 단계에선 피해 규모가 큰 금융사기 사건을 밝혀내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라임이 단기간에 국내 1위 헤지펀드사로 급성장할 수 있었던 뒷배경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지난 3일 이 전 부사장과 함께 라임 투자 업무를 총괄했던 김아무개 라임 대체운용본부장이 구속됐고, 상상인그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도 불법대출 의혹 관련 김 회장을 수사대상에 올리는 등 라임 수사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됩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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