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범 논란’을 불러온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의 재심 법정에서 이춘재의 증인 채택 시점이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일어난 여아 성폭행 살인사건을 이른다. 범인으로 지목된 윤모씨가 20년 복역 끝에 풀려났지만 이후 이춘재의 범행 자백으로 재심이 청구됐다.
13일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박정제) 심리로 열린 이 사건 2차 공판 준비기일에서 검찰과 변호인 양측은 모두 이춘재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추후 결정하겠다”며 첫 증인 채택 시점을 미뤘다. 재판부는 이날을 끝으로 공판 준비기일을 마치고 다음 달 19일 정식 재판을 열기로 했다.
이날 검찰은 “이번 사건은 이춘재의 자백 등 새로운 증거의 발견, 당시 수사기관의 불법체포 및 감금·가혹행위 확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서의 치명적 오류 발견 등 사유로 재심 결정이 내려졌다”며 이춘재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기 위해 증인 신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재심 청구인인 윤씨를 돕는 박준영 변호사와 법무법인 다산도 꼼꼼한 증인신문을 통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지난 2019년 10월4일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화성 연쇄살인 사건에 관한 질의를 받고 있다. 뉴스1 |
박 변호사는 이 자리에서 국가기록원 나라기록관에 보관된 이춘재 8차 사건 현장의 체모 2점에 대한 감정 필요성도 거론했다. 윤씨 측은 감정을 통해 이춘재가 사건 현장 체모의 주인임을 확인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반면 재판부는 “이춘재의 증인 채택은 추후 검토하기로 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심증을 형성한 다음에 소환 여부를 결정하는 게 맞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날 검찰과 변호인이 신청한 증인 중 이춘재를 제외한 모든 사람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예정된 첫 공판기일에선 검찰의 재수사 경과 등이 포함된 프레젠테이션, 이에 대한 변호인의 의견 개진 등이 주로 이뤄질 전망이다.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모씨 집에서 13세 딸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이른다. 이듬해 범인으로 검거된 윤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상소했으나, 2심과 3심은 모두 이를 기각했다. 이후 윤씨는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됐다. 하지만 이춘재가 자신의 범행이라고 자백하면서 지난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지난 1월 이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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