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대전 대덕구 오정동 대전생활과학고 헤어실습실. 교탁 앞에 홀로 선 백인영 교사가 실습실 한쪽에 있는 모니터를 보며 학생들의 주의를 다잡았다. 실습실에서는 2학년 토털뷰티과 학생들의 헤어미용 실습 수업이 온라인 쌍방향 수업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백 교사는 교탁 위에 놓인 노트북으로 동영상을 재생하며 학생들에게 파마 시술 방법을 강의했다. 이날 수업에는 백 교사와 함께 또 다른 전공 교사 한 명이 2인1조로 참여했다. 류지연 교사는 백 교사와 함께 수업을 하며 학생들에게 헤어 염색 방법을 가르쳤다. 미용 실습용 마네킹과 각종 미용 도구들이 놓여 있는 것이 여느 고등학교 교실 풍경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16일 대전 대덕구 오정동 대전생활과학고 헤어실습실에서 미용 실습 원격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종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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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 이상 학생들의 2차 온라인 개학이 이뤄진 이날 대전생활과학고에서도 전 학년을 대상으로한 원격 수업이 시작됐다. 대전생활과학고는 토털뷰티과와 건축인테리어과, 전기전자과, 조리제빵과 등 5개 전공과에 모두 550여명의 학생이 재학 중인 특성화고등학교다. 3학년 학생들은 지난 9일 개학 했지만 1∼2학년 학생들은 이날 개학을 하고 첫 온라인 수업을 실시했다. 이 학교는 ‘리모트 미팅’이라는 온라인 프로그램을 통해 전 학년이 쌍방향 실시간 수업 위주의 교육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실습 과목이 많은 학교의 특성상 쌍방향 수업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 학교는 전체 온라인 수업을 모니터링하며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해결할 수 있도록 별도로 상황실도 설치해 놓고 있었다.
이날 2학년 학생들의 미용 수업은 교사가 실시간 실습 강의를 하고 학생들이 수업이 끝난 후 집에서 다시 동영상을 보며 자체 실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실습을 원격 수업으로 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한계도 있었다. 미용 수업의 경우 비교적 재료 준비 등이 용이해 집에서도 실습이 가능하지만 실습 재료 준비가 어려운 과목은 온라인 강의에 참여하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 이날 3학년 건축인테리어과에서는 창호시공 실습 수업이 진행 중이었지만, 집에서 기자재를 구비해 실습을 하긴 어려운 과목이었다.
특성화고의 경우 일반계고와 달리 원격 수업에 따른 제약이나 어려움이 많다. 신익수 대전생활과학고 교감은 “특성화고는 교과목이나 교육과정의 특수성 때문에 일반계고처럼 공통적인 수업자료나 교육콘텐츠를 활용하기 어렵고 특성에 맞게 교사들이 일일이 수업자료를 준비해야 한다”며 “당장 실습이 어려운 수업은 일단 온라인 강의로 대체하고 대면 수업이 시작되면 집중적으로 실습하는 방식으로 보완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시간 온라인 강의의 경우 화면이 다소 느리거나 가끔 끊어지는 현상이 있었지만 대체로 수업 진행에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수업에 참여한 한 학생은 “온라인 강의가 잘 될가 의문이었는데 큰 무리는 없고 막상 해보니 편한 점도 있다”며 “인터넷이 끊길 때가 있는 건 조금 불편하다”고 말했다.
16일 대전 동구 가오동 대전맹학교에서 음성 통화 프로그램을 활용한 영어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종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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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학교 보다 온라인 수업에 더 큰 어려움과 한계가 있는 건 특수학교도 마찬가지다. 시각장애공립특수학교인 대전 동구 가오동 대전맹학교도 이날 일제히 초등학교 4학년 이상 전 학년이 온라인 개학했다. 대전맹학교에는 초·중·고와 전공과 과정 등에 모두 120여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이날 오후 대전맹학교 고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도 원격 수업이 진행 중이었다. 영어 교사가 원어민 교사와 함께 텅빈 교실에 앉아 통신사 무료통화 프로그램을 이용해 다자간 음성 통화로 수업을 하고 있었다. 교실에 놓인 스피커를 통해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영상을 활용하지 않는 것 외에는 일반 쌍방향 온라인 수업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다만 교사가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없는 만큼 자주 학생들의 이름을 부르며 주의를 집중시켰다.
이날 영어 시간에는 품사에 대한 문답식 수업이 진행됐다. 음성 수업이지만 이따금 교실에 교사와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울려퍼지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비교적 원활한 수업이 이뤄졌다. 이날 수업에 참여한 학생은 모두 5명이었다. 가끔 학생들의 말소리가 겹치거나 다소 끊기면서 학생과 교사 간 재차 질문이 오가는 건 불가피해 보였다. 또 교사는 학생들이 질문에 답하면 목소리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답한 학생이 누구인지 되물으며 확인하는 모습도 보였다.
장애학생들이 원격 수업을 하는 데 또 다른 문제는 장애정도나 나이에 따라서는 보호자 도움 없이 수업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전맹학교는 이런 문제 때문에 초등학생의 경우 쌍방향 수업은 하지 않고 당분간 음성 수업 파일을 청취한 뒤 과제를 제출하면 교사가 피드백을 해주는 방식으로 수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문성준 대전맹학교 교감은 “원격 음성 수업은 주변 소음 문제나 학생들이 주의를 기울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처음에 적응기간이 필요하다”며 “시각장애 학생들은 주의력이나 집중력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같은 학년이어도 장애정도나 연령 등에 따라 학습 수준이 다 다르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맞춤형 자료를 만들어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교육 여건 상 특성화고나 특수학교가 온라인 수업의 ‘사각지대’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보니 대전시교육청에서도 이날 2차 온라인 개학을 맞아 이들 학교의 온라인 수업 현장을 집중 점검했다.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은 “전문적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특성화고나 특수학교에서도 원격 수업이 차질 없이 운영될 수 있도록 선생님들이 많은 노력을 하고 계신다”며 “학생들에게 학습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원격 수업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시교육청은 다음 주 초등학교 저학년 개학 일정에 맞춰 전국의 교사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1∼2학년용 학습꾸러미를 개발해 보급하기로 했다. EBS 편성표와 활용 안내, 주간학습안내, 차시별 활동지 등을 꾸러미 형태로 교육청 홈페이지에 탑재해 교사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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