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떨어지고 비회원국 입김 강해졌다
지금까지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하는 산유국들은 OPEC을 통해 공급량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원유시장을 쥐락펴락했으나, 코로나19와 같은 급격한 수요 하락에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 이번 국제유가 하락 사태를 통해 여실히 증명됐기 때문이다. 나아가 비회원 산유국들의 입김이 강해진 것도 OPEC의 힘을 빼놓고 있다는 평가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현재 국제유가는 말 그대로 처참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일 대비 배럴당 1.2%(0.24달러) 하락한 19.87달러로 장을 마감했고 17일 오후 4시 현재 선물가격은 18.15달러를 횡보하고 있다. 브렌트유도 급락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사우디와 러시아의 증산 경쟁이 시작된 후 국제유가가 하락한 가운데, OPEC+ 긴급회의를 기점으로 감산 방침이 나왔음에도 국제유가 하락세가 잡히지 않는 셈이다.
실제로 주요 산유국들은 12일 추가회의를 통해 5월에서 6월까지는 하루 970만 배럴, 7월부터 12월까지는 760만 배럴, 내년 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580만 배럴를 감산하기로 결정했고 사우디, 쿠웨이트, UAE는 추가로 하루 200만 배럴 감산까지 확정했으나 국제유가 하락세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감산이라는 담합이 더 이상 국제유가의 판도를 출렁이게 만들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 OPEC 카르텔의 종말을 조심스럽게 점치는 이유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은 "공포의 대상이던 OPEC은 이제 위기에 직면했다"면서 "시장을 좌우할 힘이 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OPEC의 힘이 빠진 것은 크게 두 가지로 좁혀진다. 먼저 공급량 중심의 시장 조절책의 종말이다.
OPEC은 지금까지 원유 시장에서 공급량 담합을 통해 국제유가를 올리거나 내리며 판을 주도했으나, 이러한 전략은 코로나19와 같은 수요 시장의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한계가 있다는 것이 최근의 사태로 증명됐다. 원유 수요가 줄어들며 국내 항공권의 유류 할증료까지 사라지는 충격적인 사태가 벌어지는 가운데 이제는 공급량을 조절하는 것으로 원유시장을 좌우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OPEC 내부에 팽배하다.
미국의 셰일가스, 그리고 OPEC 비회원 산유국들의 입김이 강해진 것도 OPEC의 카르텔을 위협하는 요소다.
미국의 셰일가스 업체들은 저유가 기조가 이어질 경우 채산성이 낮기 때문에 큰 타격을 받으며, 이는 러시아 등 일부 산유국들의 공격 포인트로 소구된 바 있다. 다만 이러한 전략 자체가 셰일가스와 같은 새로운 에너지 생산 방식에 대한 기존 산유국들의 공포에서 비롯됐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즉, 사우디를 중심으로 하는 OPEC과 러시아 외 새로운 게임 체인저가 등장하는 것 자체가 카르텔의 종말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OPEC 비회원 산유국 중 멕시코의 경우 보란듯이 감산 결정에 반발하는 등, 더 이상 글로벌 원유 시장이 OPEC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결국 원유 수요 자체가 크게 낮아지는 상황에서 비회원 산유국들의 반발이 커지면 OPEC도 운신의 폭이 제한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새삼 확인됐다.
최진홍 기자
-Copyright ⓒ 이코노믹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