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시는 바람에 운전을 맡긴 대리운전 기사가 서툴러 제대로 주차를 하지 못하자 손수 1m 가량 운전을 하는 바람에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에게 법원이 벌금형 선고를 유예했다. 법원은 당시 이 남성이 만취상태라는 점은 인정했으나, 대리운전 기사가 앙심을 품고 신고한 정황이 있다고 봤다.

음주운전 단속을 벌이고 있는 경찰./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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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법 안산지원 김대권 판사는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김모(49)씨에게 벌금 5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고 21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15일 새벽 3시45분쯤 혈중 알코올 농도 0.159%의 술에 취한 상태로 시흥시의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서 자신의 RV 차량을 약 1m 가량 운전한 혐의로 기소됐다. 혈중 알코올 농도 0.08% 이상이면 면허취소에 해당된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음주운전 자체에 내재된 위험성을 고려할 때, 경위가 어떻든 피고인의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고 혈중 알코올농도 수치도 상당하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당시 김씨가 음주운전을 하게 된 상황을 참작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씨는 대리기사 안모씨에게 요청해 자신의 아파트 단지 주차장까지 왔다. 그러나 안씨가 주차를 하는 과정에서 약 10분 이상 걸리고 차량이 일부 파손되기도 했다. 그러자 김씨는 안씨에게 대리운전비를 주고 내리게 했다. 또 직접 주차하기 위해 차량을 약 1~3m 후진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리기사 안씨는 “주차를 하면서 내 정강이를 뒷좌석 외부발판으로 부딪쳤다”고 주장하며 김씨와 말다툼을 벌였고 경찰에도 신고했다. 안씨는 상해진단서까지 제출했으나 경찰에서는 당시 사고에서 생긴 상처로 판단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은 “피고인이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없고 범행의 동기나 범행 후의 정황 등 여러 양형요소를 종합해 선고를 유예한다”고 밝혔다.

[권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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