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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view] 문 대통령 남북협력 가속 밝히자, 미국 “비핵화와 보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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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총선 압승 뒤 입장 변화

1월엔 제재 틀 내 관계개선 무게

27일엔 “국제적 제약 못 넘었다”

제재를 남북관계 개선 걸림돌 여겨

문재인 대통령이 4·27 판문점 선언 2주년을 맞아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우리”라며 남북 협력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힌 다음 날인 28일 외교부는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의 통화 소식을 전했다. 북핵 문제에서 양국이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는 점을 평가하고, 앞으로도 긴밀히 공조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발빠른 한·미의 ‘찰떡 공조’ 강조는 한국의 속도전이 자칫 동맹 균열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조치로 읽힌다. 이번 통화는 사전에 조율된 것으로, 한국이 요청했다고 한다.

이런 우려가 나올 만큼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특히 대북 제재에 대한 인식 측면에서 이전과는 달랐다. 문 대통령은 1월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미 대화만 바라보지 말고 남북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면서도 ‘대북 제재의 일부 예외를 위해 필요한 국제적 지지’를 언급, 제재 틀 내에서의 관계개선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27일엔 “판문점 선언의 실천 속도를 내지 못한 것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국제적인 제약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제약 요인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도 했지만, ‘국제적 제약’이란 표현 자체가 제재를 남북관계의 걸림돌로 본다는 뜻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제재는 비핵화를 위한 수단’이라는 정부의 그간 입장과도 결이 다르다.

미 국무부는 이에 대해 “남북 간 협력이 비핵화 진전과 보조를 맞춰(lockstep) 진행되도록 하기 위해 한국과 조율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이 남북관계 개선에 속도를 붙이려 할 때마다 내놓는 입장이긴 하지만, 이런 표명이 몇 달 간격으로 주기적으로 반복된다는 게 문제다.

미국 “비핵화 전에 제재 완화 안 된다”

중앙일보

지난 27일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에서 열린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식’ 참석자들이 현내면에 있는 배봉터널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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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포함, 실질적 비핵화 전에 제재 완화는 안 된다는 미국 입장은 변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이 “여건이 좋아지기를 마냥 기다릴 수 없다”며 의지를 보인 데는 총선 압승 외에 미국의 국내정치적 상황에 대한 고려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북핵 문제로 승부수를 걸기보다는 악화하지 않도록 현 상황을 유지하려 할 가능성이 큰 만큼 지금 한국이 선제적 행동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잘 관리하는 방향으로 치고 나가는 게 미국 입장과도 부합할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대북 제재는 한·미만의 문제도 아니다. 봉영식 연세대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가 핵심인데, 이를 풀려면 결국 상임이사국들이 움직여야 한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도 동의해야 하는데, 이들이 핵확산에 대해 가진 공포와 비확산에 대한 의지는 매우 강해 절대 저평가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영·프를 중심으로 한 유럽 안보리 이사국들은 한·미가 눈감아 온 최근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도발에도 수차례 규탄 성명을 내는 등 집단으로 대응해 왔다.

특히 프랑스가 매우 강경하다. 2018년 10월 문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 당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회담한 뒤 공동선언문에 북한이 극도로 꺼리는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북한 비핵화)’가 들어간 것도 프랑스의 고집 때문이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전문가는 “한국은 판문점 선언 때 쓴 ‘완전한 비핵화(CD)’라는 표현을 원했지만, 프랑스는CVID는 절대 못 뺀다는 입장이어서 결국 한국이 양보했다”고 전했다. 외교 소식통은 “특히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이제 프랑스가 EU 내 유일한 핵보유국이 됐기 때문에 북핵은 더욱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인도적 지원도 안보리 승인 받아야

그런데도 청와대는 제재 문제에 대해 성급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8일 기자들과 만나 “방역 관련은 인도주의적인 문제들로, 남북 협력에 큰 제약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미국 쪽 제재를 말하는데, 그 부분은 제재에 해당하는 사항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인들의) 북한 개별 방문 문제도 미국의 제재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추세가 대북 인도적 지원에 적극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제재는 목적이 아니라 행위에 대한 규제다. 인도주의적 목적이라 해도 대북 유입을 해도 될지 말지는 안보리 산하 대북 제재위가 결정한다.

또 마스크나 진단키트를 넘어 식량이나 의료장비 지원으로까지 방역 협력의 범위를 확대한다면 건건이 판단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군 전용 우려 등이 있는 데다 미국산 부품이나 기술이 10% 이상 포함된 전자기기 등은 미국 제재상 대북 반입이 금지돼 있다.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대북 개별관광도 이로 인해 파생되는 금융 거래나 반입 소지품 등은 제재 위반이 아닌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특히 18일 발효된 오토웜비어법은 광범위한 세컨더리 제재가 가능한 만큼 우리 국민, 기업이 연관되지 않도록 더 주의해야지 성급한 낙관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유지혜 국제외교안보에디터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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