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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3 (토)

    이슈 초중고 개학·등교 이모저모

    "가정학습도 등교로 쳐준다" 초등 1·2학년 '반쪽 개학'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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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고등학교 개학을 시작으로 순차적 등교를 앞둔 7일 오후 서울 성동구 무학여자고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책상 간격을 벌리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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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 2학년 딸을 키우는 이모(38‧서울 은평구)씨는 7일 교육부가 가정학습도 체험학습의 일환으로 보고 출석을 인정하겠다고 발표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는 이번달 20일부터 시작될 딸의 등교를 앞두고 밤잠을 못 이루고 있었다.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있기도 어려운 초등 저학년 애들이 마스크를 제대로 쓰고 수업을 듣는 게 아무래도 불가능해 보여서다. 이씨는 “면역력이 약한 우리 딸이 학교에 가서 친구와 마스크를 바꿔 쓰거나 밥을 먹다 감염될까 우려됐다”며 “적어도 이번 달은 가정학습을 신청해 학교에 안 보낼 계획”이라고 했다.

    13일 고3을 시작으로 단계적 등교개학이 예정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교사와 학부모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20일부터 등교를 시작하는 초등 1~2학년 자녀를 둔 부모 중엔 체험학습 등을 활용해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으려는 이들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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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개학을 시작으로 순차적 등교를 앞둔 지난 7일 오후 서울 성동구 무학여자고등학교에서 보건교사가 각 교실로 보내질 방역품품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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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 2학년 딸을 둔 김모(37‧서울 송파구)씨도 최근 학교에 체험학습 신청이 가능한지를 문의했다. 학부모 사이에서 코로나19를 사유로 체험학습 인정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미세먼지 때도 체험학습 신청이 가능했으니 된다는 의견이 다수였지만, 혹시 안 될까 걱정했었다”면서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상태라 나처럼 아이를 학교에 보내길 꺼리는 부모가 꽤 있다”고 전했다.

    ‘단계적 등교 개학’에 따라 고학년부터 학교에 가는 중·고교와 달리 초등학교는 1·2학년부터 등교한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초등 1~2학년은 원격수업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점, 학부모 조력 여하에 따른 교육 격차 문제, 가정의 돌봄 부담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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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한 초등학교 1~3학년 '온라인 개학'이 실시된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가정에서 1학년 어린이가 고깔모자를 쓴 채 온라인 입학식에 참여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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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초등 저학년의 경우 “온라인 개학이 ‘부모 개학’이 됐다”는 비판이 많았다. 초등학교 저학년 원격수업은 가정에서 EBS TV프로그램을 시청하고 학교에서 나눠준 가정학습 자료인 ‘학습꾸러미’를 푸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혼자서 수업을 받기 어려운 초등학교 저학년은 학부모가 옆에서 학습 도우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이날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초등학교 1학년 대상 학습꾸러미가 한글‧수에 대해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공부하기 어려운 내용을 담아 ‘부모숙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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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하면서 정부가 단계적인 등교 개학을 검토하고 있는 지난 4일 오후 대구 중구 남산동 경북여자고등학교 급식실에서 선생님이 투명 칸막이가 설치된 비대면 급식실을 소독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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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지만 초등학교는 저학년부터 등교한다는 계획 역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이 어려 감염병 예방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관악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초등학교 1~2학년은 마스크 쓰기나 손 씻기 등 위생관리가 안 될 텐데 왜 저학년부터 등교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교사가 20~30명의 아이를 화장실까지 따라다니며 손 씻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사실상 학생 통제가 안 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이처럼 등교개학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이날 교육부는 사실상 ‘등교 선택권’을 인정했다. 감염병 위기경보가 ‘심각’ 또는 ‘경계’ 단계인 동안에는 ‘가정학습'을 이유로 교외 체험 활동을 신청·승인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체험학습은 학교장의 사전 허가를 받은 뒤 체험학습 실시하고, 보고서를 제출하면 출석으로 인정받는 제도다. 학생들이 학교 밖에서 현장 견학 등을 하게 돕는 제도지만, 친척 방문처럼 허용 범위가 넓다. 서울시교육청은 공휴일을 제외하고 최대 연속 10일까지 교외체험학습을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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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가정에서 용산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신입생 어린이가 엄마와 함께 노트북 화면을 통해 온라인 입학식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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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학습이 출석으로 인정되면서 학생의 가정환경에 따라 등교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강남구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가정 내 돌봄이 가능한 강남 학부모들은 부모 판단에 따라 등교 여부를 결정할 수있지만, 맞벌이 부부나 저소득층 가정은 사실상 선택권이 없어 등교를 시킬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아무래도 학생이 많이 등교하는 학교일수록 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려워 감염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쪽 개학'이 될 거라는 예상도 나온다. 성동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개학하면 10% 정도가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등교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교육부가 가정학습을 허용하면서 등교하지 않는 비율이 훨씬 높아질 것 같다”며 “이럴 경우 사실상 학교에서 제대로 된 수업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걱정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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