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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이슈 '종교적·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전쟁게임 즐겨놓고, 가짜 양심적 병역거부”… 20대 1심서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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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 주장한 20대 1심 법원이 실형 선고 / 전쟁게임을 즐기고 정치·사상적 신념을 피력한 적이 없어 / 법원 “양심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고 진실해야”

세계일보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개인 신앙이나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한 20대에게 1심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전쟁게임을 즐겨하고 정치·사상적 신념을 피력한 적이 없다는 것이 이유다.

2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9단독 조국인 판사는 지난 14일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A(29)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증거인멸이나 도망우려는 없다고 판단,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A씨는 지난 2018년 10월 한 지방병무청에서 같은해 11월까지 강원도 양구군에 위치한 모 사단 입영부대로 입영하라는 현역병 입영통지서를 직접 받고도 입대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A씨는 폭력 및 전쟁에 반대한다는 신념에 따라 현역병 입영을 거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 판사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 판사는 “양심적 병역거부에서 말하는 양심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고 진실해야 한다”며 “신념이 깊다는 것은 사람의 내면 깊이 자리 잡은 것으로 그의 모든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는 이 사건 입영거부 전까지 대학입시, 대학 진학 예정, 대학 재학, 자격시험 응시, 국가고시 응시를 이유로 입영을 연기해왔을 뿐 국가기관에 대해 양심적 병역거부의 뜻을 피력한 적이 없다”며 “또 이 사건 전까지 비폭력, 반전, 평화주의와 관련된 NGO 활동이나 시민운동을 하는 등으로 자신의 정치적, 사상적 신념을 외부로 피력하거나 노력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판사는 “A씨는 유명 전쟁게임을 즐겨했다는 사실을 자인하고 있다”며 “이 게임은 가상세계에서 총기로 캐릭터를 살상하는 것으로 비폭력, 반전에 대한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하는 A씨가 이 게임을 즐겨했다는 사정은 과연 내면의 양심이 깊고 진실하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고 했다.

A씨는 경찰조사와 검찰조사에서 개인적인 신념 때문에 입영을 하지 못했다고 진술하면서도 신념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판사는 “A씨가 제시하는 소명자료만으로는 병역의무 이행이 A씨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스스로 파멸시킬 정도로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이라는 걸 확인하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세계일보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연합뉴스


한편 지난 12일 국방부는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안을 입법예고했다.

국방부가 양심의 자유를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위한 대체복무제를 시행하기에 앞서 제도 정비에 착수한 것이다.

시행규칙안은 대체역 편입신청 때 제출해야 하는 문서와 대체역 편입신청 철회 신청 서식을 정했다. 또 대체복무요원 소집 운영계획서, 인도·인접서 등 대체복무요원 소집에 필요한 서식이 정해졌다. 아울러 대체복무요원의 복무와 관련해 복무실태 점검결과 서식과 신상변동 통지 서식이 마련됐다.

국방부가 이날 입법예고한 병무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개정령안은 대체역 심사위원회와 그 사무국의 구성·운영에 관한 사항을 규정했다. 대체역이란 병역의무자 중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를 이유로 현역, 보충역 또는 예비역의 복무를 대신해 병역을 이행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대체역은 36개월간 교도소, 구치소 등 교정시설에서 급식, 물품, 보건위생, 교정교화, 시설관리 업무를 보조해야 한다.

대체역으로 복무하고 싶은 사람은 입영일이나 소집일 5일 전까지 ‘대체역 심사위원회’에 대체역 편입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대체역 심사위는 신청인의 양심을 검증하기 위해 ▲신청인의 양심의 구체적 내용이 현역, 예비역 또는 보충역의 복무와 배치되는지 여부 ▲신청인의 성장과정, 학교생활, 사회생활 등 전반적인 삶 속에서 양심이 표출되고 언행이 그 양심에 일치하는지 여부 ▲신청인이 제출한 편입신청서 내용, 관련 증빙서류 내용과 가족, 친구 등 친분이 있는 주변인의 진술이 일치하는지 여부 등을 심사한다.

대체역 심사위는 편입신청을 받은 날부터 90일 안(60일 연장 가능)에 인용, 기각 또는 각하 결정을 해야 한다. 편입신청이 이유 있다고 인정하면 인용하고, 이유 없다고 인정하면 기각한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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