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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미국 흑인 사망

"숨을 쉴 수 없어요"…미국서 경찰관 무릎에 뒷목 눌린 흑인 사망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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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25일(현지시간)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관의 무릎이 뒷목이 눌린채 업드려서 숨을 쉴 수 없다고 호소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의 한 장면. |AP연합뉴스




미국에서 비무장 상태의 흑인 남성이 체포되는 과정에서 백인 경찰관의 강압 행위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연방수사국(FBI)가 가혹 행위 여부를 가리기 위한 수사에 착수하고, 관련 경찰관 4명이 파면됐지만 시위대가 경찰서에 물리적 공격을 감행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제이컵 프레이 시장은 26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경찰관 4명을 전날 밤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46) 사망 사건과 관련해 파면했다고 알리면서 “이것은 옳은 판단”이라고 밝혔다. 그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사형 선고를 받아선 안된다. 5분 동안 우리는 백인 경찰관이 그의 무릎으로 흑인 남성의 목을 누르는 것을 보았다”면서 “5분이다. 만약 당신이 누군가가 도움을 청하는 것을 듣는다면 당신은 도와야 한다. 이 경찰관은 가장 기본적이고 인간적인 감각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AP통신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식당 보안 요원으로 일하는 플로이드는 전날 밤 8시쯤 경찰에 연행되는 과정에서 사망했다. 플로이드 연행 과정을 지켜본 행인이 촬영해 인터넷에 공개한 동영상에서 플로이드는 상의를 벗은채 길거리에 엎드려 있고,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경찰관이 그의 뒷목을 무릎으로 누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플로이드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제발, 제발, 제발, 숨을 쉴 수 없다. 제발”이라고 호소했다. 플로이드가 계속해서 신음소리를 내자 한 경찰관이 “진정해”라고 말했고, 플로이드는 엄마를 부르면서 “배가 아프다. 목이 아프다. 전신이 아프다. 숨을 쉴수가 없어요”라고 호소했다.

몰려든 행인들이 그가 죽을지도 모른다면서 우려를 나타내자 한 경찰관은 “그는 말을 하고 있으므로 숨을 쉬고 있다”고 대꾸했다. 경찰은 행인의 접근을 막았고, 플로이드는 약 5분 가량 경찰관의 무릎에 뒷목이 눌린채 엎드려 있었다.

땅바닥에 엎드려 제압된 플로이드가 점차 반응이 없자 이를 걱정한 행인들의 다급한 외침도 담겼다. 한 남성은 “그가 반응이 없다”고 반복해서 소리쳤고, 자신을 소방관이라고 소개한 한 여성은 “당장 그의 맥박을 점검하고 상태를 알려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경찰관은 플로이드를 향해 “마약을 하지 마라”라고 반복해서 말했다. 플로이드는 코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었지만 구급차가 도착해 그가 들것에 옮겨지기 전까지 경찰관은 그의 뒷목을 누른 자신의 무릎을 풀지 않았다.



경향신문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경찰이 26일(현지시간) 연행되는 과정에서 경찰의 강압 행위로 숨진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던지고 있다. 미니애폴리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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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사건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음주 상태로 의심되는 용의자가 물리적으로 저항했고, 수갑을 채워 체포하는 과정에서 의료 사고가 발생해 용의자가 숨졌다고 밝혔다. 사건이 발생한 헤네핀 카운티의 검시관은 플로이드의 신원을 확인했지만 정확한 사인은 아직 공표하지 않은 상태다.

플로이드가 경찰의 강압 행위로 숨진 정황을 담은 동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되자 비난이 들끌었다. 한 시민은 사건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알리면서 “경찰이 숨을 쉴 수 없다고 울부짖던 흑인 남성을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죽였다”고 비난했다.

FBI와 미네소타 형사체포국(BCA)는 즉각 해당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FBI가 수사를 통해 경찰관들이 의도적으로 플로이드의 기본권을 박탈했다고 판단할 경우 이 사건은 연방 검찰로 넘겨져 연방 법정에 기소될 수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미네소타에서는 26일 밤 수백명이 거리로 나와 플로이드 사건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숨을 쉴 수 없다’ ‘살인자 KKK 경찰을 감옥에’ 등의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관할 경찰서까지 행진했으며, 일부 시위대는 경찰서 유리창을 깨고 경찰차를 파손했으며, 경찰서 건물에 낙서를 했다. 결국 시위 진압복을 착용한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미니애폴리스 경찰관 복무 규정상 용의자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목을 무릎으로 누르는 행위는 허용이 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플로이드가 이미 제압돼 저항할 수 없는 상태였는데도 경찰이 과도하게 강압했다고 지적했다. 경찰서장 출신 전무가인 앤드루 스콧은 플로이드의 죽음이 “(해당 경찰관이)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거나 받은 교육을 지키지 않은 것이 결합돼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이 2014년 뉴욕에서 흑인 에릭 가너가 뒤에서 목을 조른 경찰관에 의해 사망한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나왔다. 가너 역시 숨을 쉴 수 없다고 호소했으나 그의 뒤에서 목을 조른 경찰관은 풀지 않았고 결국 사망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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