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이슈 G7 정상회담

‘반중연대’ 위한 트럼프의 G11 제안, 과연 성공할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영·캐나다, 러시아가 합류하는 G11 반대

메르켈 독 총리는 이번 G7 회의에 아예 불참

독·프, 트럼프 하의 G7에 불신…G11에 찬성 이유 없어

러시아 합류한 G11이 반중연대 틀로 나가기는 힘들어


한겨레

2018년 6월, 캐나다 퀘벡에서 개최된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앙겔라 메르켈(왼쪽 세번째) 독일 총리 등 회원국 정상들이 도널드 트럼프(맨 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공동성명 채택을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이 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로 공동성명 채택이 불발되는 파행을 겪었다. 유럽연합(EU)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확대 개편돼 한국도 참가하는 G11이 성사될 수 있을까? 성사된다면, 미국이 의도하는 ‘반중국 연대’의 틀로 작동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현재로선 갈길이 멀어 회의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각) 문재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에게 전화를 걸어, 올해 9월 미국이 주최국인 G7 정상회의에 초청하겠다고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밝힌대로 G7을 한국·러시아·인도·오스트레일리아까지 포함해 G11으로 확대개편하는 구상을 본격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문 대통령은 1일 초청을 수락했고, 러시아는 더 구체적 사항을 알아보겠다는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기존 G7에 한국 등 4개국을 추가하거나 여기에 브라질을 더해, G11이나 G12로 확대 개편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G7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적절히 대표한다고 느끼지 않는다”며 “이는 아주 낡은 국가 모임”이라고 말했다. 백악관 쪽은 중국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논의하기 위해 전통적 동맹들을 함께 모으는데 목적이 있다고 배경을 밝혔다. ‘글로벌 반중 연대’라는 의미다.

트럼프의 제안은 시작부터 기존 G7 회원국 내부에서 즉각적인 반대의 목소리를 불렀다. 러시아는 1997년부터 G7에 가입해, G8 체제로 운영되다가 2014년 크림반도 합병에 대한 국제제재로 이 모임에서 배제됐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1일 “러시아는 영국 시민의 안전과 우리 동맹들의 집단 안보를 위협하는 공격적이고 불안정한 행위를 중단하지 않는 한 회원국이 돼서는 안 된다”고 비난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이날 “(러시아의) 국제법과 규정에 대한 계속된 무시와 이에 대한 과시는 러시아가 G7에서 계속 배제돼야 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크림반도 합병 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러시아를 초청할 이유가 없다는 기존 회원국들의 지적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주 일찌감치 올해 G7 회의 불참을 선언했다. 코로나19 위기로 참여할 수 없다는 이유지만, 트럼프가 주도하는 G7에 대한 불신감과 유용성에 대한 회의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G7은 2018년부터 트럼프의 독주로 파행을 겪어왔다.

트럼프는 캐나다에서 열린 2018년 회의에서 미국이 “무역으로 우리를 뜯어먹는 나라들을 보호하는데 도움을 주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거의 모든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싱가포르에서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북-미 정상회담에 참석한다며 먼저 자리를 떴고, 당시 회의는 공동성명 채택이 불발되는 파행을 겪었다. 주최자인 트뤼도 총리가 공동 기자회견에서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미국의 관세부과를 반대하며 보복 조처를 다짐하는 등 다른 회원국 정상들이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프랑스에서 열린 2019년 G7 회의에서도 회원국들은 러시아의 재참가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트럼프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러시아가 2020년 G7에 참가해야 한다고 동의했으나, 나머지 회원국은 반대했다.

독일을 중심으로, G7 회원국들은 트럼프 이후 G7이 서방 주도국들의 화합과 협력의 장이 아니라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관철하는 불화의 장이 됐다며, 그 유용성에 회의를 보이는 상황이다. 기존의 G7 체체도 회의하는 상황에서 반중연대를 겨냥한 G11으로의 확대 개편에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다. 더구나 러시아의 재가입 문제까지 겹치면, G11으로의 확대는 기존 회원국 사이에서 분란만 조장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합류하지 못한다면, G7 확대 개편의 의미가 크지 않다.

러시아가 가입하는 G11으로 확대된다 해도, 미국이 의도하는 반중연대의 틀로 기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러시아는 중국과 ‘대미 중-러 연대’를 구축하고 있어, G11을 반중연대의 도구로 삼는 데 적극 반대할 것이 분명하다. 기존 회원국 중 이탈리아는 친중 노선이다. 독일과 프랑스 역시 트럼프가 의도하는 반중연대 쪽으로 흘러가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다. 인도 역시 G11 틀을 중국에 대한 위험회피 전략으로 이용할 수는 있어도, 반중연대 일원으로 역할을 하려 들지는 않을 것이다.

기존 회원국 중 일본은 G7 체제 유지 입장이다. 한국이 참여하는 것이 싫다는 속내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현 시점에선 언급을 자제하겠다”면서도 “G7이란 틀은 참가 주요국들이 국제사회가 직면한 과제에 임하는 방침과 연대·협력을 확인하는 장으로서 계속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는 9월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릴 G7 정상회의에 트럼프가 초청하려는 한국·러시아·인도·오스트레일리아 중 러시아의 참가는 현재로선 힘든 상황이다. 나머지 3개국이 참가해도, 이는 일단 업저버 형태의 초청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G7 회의에서도 인도·오스트레일리아·스페인 등 9개국이 게스트로 초청됐다.

G11 제안이 한국에게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겉으로는 흔쾌히 트럼프의 제안을 수락한 모양새다. G11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고, 미국이 의도하는 반중연대의 틀이 되기도 힘들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초청을 거부하는 것도 모양이 사납고, 한국으로서는 흔쾌히 트럼프의 초청에 응한 것처럼 ‘일단 밥상에 숟가락을 올려놓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의 선택지로 보인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하세요!
▶네이버 뉴스판 한겨레21 구독▶2005년 이전 <한겨레> 기사 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