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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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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각하 하사금으로 건립' 충북 학교 표지석 모두 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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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학교서 '각하 하사금 건립' 표지석 확인

도교육청, 떼낸 표지석, 충북교육박물관에 보관

조선일보

충북 음성의 한 중학교 관사에 '이 건물은 전두환 대통령 각하의 하사금으로 건립한 것입니다'라고 적힌 표지석이 건물 오른쪽 아래(빨간 네모)에 설치돼 있다./충북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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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물은 전두환 대통령 각하의 하사금으로 건립한 것입니다’
충북 음성의 한 중학교 관사 출입문 하단에는 이 같은 문구가 적힌 가로 35㎝, 세로 22㎝ 크기로의 표지석이 부착돼 있다. 1987년 지어진 이 관사는 최근까지 교장 숙소로 사용됐다. 이 건물은 너무 낡아 음성교육지원청이 용도를 폐지하고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같은 해에 지어진 보은의 한 고등학교 옛 생활관에도 이 같은 표지석이 있다. 아직도 이 건물은 학생들이 동아리 수업 등 기타 시설로 사용하고 있다. 현재 이 건물은 다목적 용도로 활용하기 위해 새 단장을 하고 있다.
두 학교는 모두 조만간 표지석을 떼어낼 방침이다.

10일 충북도교육청은 도내 각 학교 건물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준공 표지석을 모두 철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1983년부터 1987년 사이에 지어진 도내 초·중·고 학교관사 등 7곳이 전두환 전 대통령 관련 시설임이 확인됐다.
이 건물들의 출입구 아래에는 ‘이 건물은 전두환 대통령 각하의 하사금으로 건립한 것입니다. ’라는 동일 내용의 표지석이 부착돼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은 충북도교육청이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역사바로세우기 하나로 1980년 9월 이후부터 1993년 2월까지 재임한 전직 대통령 관련 도내 모든 교육 시설 전수 조사에서 드러났다.

도 교육청은 지난 8일 역사바로세우기 추진단 회의를 열어 표지석 처리 방안을 논의했다.
도교육청은 해당 학교에 무조건 없애기보다는 떼어내어 별도의 장소에 보관하고, 앞으로 교육 자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논의 끝에 추진단은 현재 위치의 표지석은 건물과 함께 사진자료와 함께 교육박물관에 보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떼어낸 자리에는 ‘이 건물이 언제, 어떤 용도로 만들어졌고, 이러한 표지석이 부착돼 있었는데 그동안 어떤 논의를 거쳐 이를 제거해 따로 보관 중이다’라는 형식의 안내문을 부착해 교육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역사바로세우기추진단은 도교육청이 지난해 3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역사 바로 세우기 운동을 펼치기 위해 구성됐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국민의 세금으로 지은 건물을 마치 개인이 돈을 하사한 것처럼 표지석을 설치한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며 “표지석 철거는 역사 지우기가 아니라 역사 바로 세우기”라고 말했다.

[신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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