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도심 한복판에 있는 아파트인데,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주민들은 수십 년째 수돗물 대신 지하수를 쓰고 있는데요. 최근엔 수질이 나빠져서 이마저도 쓸 수가 없게 됐습니다. 물을 뜨러 약수터까지 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밀착카메라 이선화 기자입니다.
[기자]
대전역에서 차로 1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석교동입니다.
주택가 사이로 하얀 아파트 한 동이 자리 잡은 게 보이실 텐데요.
이 지역에서 가장 처음 생긴 아파트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아파트는 수십 년째 수돗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하는데요.
주민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요.
뙤약볕을 피해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있습니다.
서로 안부를 묻자, 물을 뜨러 갔다고 말합니다.
[어르신들도 지금 물 뜨러 갔지, 지하수. 사다 먹지 않으면 약수터 가서 물을 떠다 먹는 거야.]
올해로 49년째 되는 이 아파트, 겉보기엔 멀쩡합니다.
구조나 안전 진단에서도 정상 판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물이 문제입니다.
아파트를 지을 때 상수도 대신 지하수를 이용하도록 만든 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이병천/주민 : 물을 먹을 수만 있으면 지하수도 상관없어. 그런데 물을 못 먹어. 먹질 못해.]
[김상득/주민 : 석회가루가 묻어서 아래 닦았는데도 이렇게 돼요, 마르면. 바가지도 이렇게 하얗게 돼요, 마르면.]
현재 이 아파트에 살고있는 주민 40여 가구에게 제공되는 지하수는 여기 있는 물탱크에서 나오는 겁니다.
한눈에 봐도 굉장히 낡아 보이는데 이마저도 주민들이 매번 청소를 하고는 있지만 여기에 직접 소독약을 치지 않고는 사용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소독하지만 여전히 목욕을 하거나 마실 수는 없습니다.
[이병천/주민 : 씻어도 간지러워, 자꾸 몸이 근질근질 간지럽고. 봐봐 여기. 살들 올라온 거 봐봐, 긁어서. 샤워하고 목욕하면 긁으니까 이렇게 되는 거야, 상처가 나고. 이걸 먹겠냐고 안 되지.]
인근 약수터에서 물을 나르는 게 일상입니다.
[이기희/주민 : (지하수라면 안 왔죠, 이사.) 아이고 수돗물도 없어가지고. 손님 와야 사다 먹죠. 손님들 오면 더우니까 이 물 안 먹으려고 그래. 평소에는 떠다 먹죠.]
아파트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약수터입니다.
주민들은 이곳 약수터에서 물을 떠 간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통에 담아서 들고 가는데 이걸 들어보면 이 무게가 상당한 걸 알 수가 있습니다.
주민들은 매주 이 통 두세 개를 들고 일주일에 한두 번은 이곳을 꼭 온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주민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라, 약수터 가는 것 자체가 고통입니다.
[여기에서 약수터까지 늙은이들이 갔다 오면 2시간 걸려.]
매일 생수를 사 먹기도 어렵습니다.
[주민 : 마트에서 3만원어치를 사야 배달을 해준다고 하거든. 3만원 돈이 어디에 있어. 그러니까 2병, 3병 갖고 끌고 다녀.]
지금이라도 상수도 연결 공사를 할 수는 있습니다.
문제는 비용입니다.
세대당 57만 원가량이 듭니다.
[이병천/주민 : 수급자 이런 양반들, 장애인들. 자식들한테 조금씩 받아서 노인들 주는 그런 거 있잖아, 그런 것 가지고 사는 거야. 60만원 내라면 낼 사람이 없어.]
주민들은 한 번에 비용을 내기 어려운 만큼, 상수도를 우선 공급해준 뒤 분할 납부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합니다.
하지만 상수도사업본부는 관련 법조항이 없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대전상수도사업본부 : 기초생활수급자는 상수 요금은 감면해드리는데. 상수도 급수 공사에 대한 공사비는 감면조항이 없어요.]
또 많은 주민들이 세입자라 집주인 동의를 얻는 것도 걸림돌입니다.
[대전상수도사업본부 : 전체 다 동의를 하셔야 돼요. 공동주택이기 때문에 어느 호실은 지하수를 먹고 어느 호실은 상수도를 먹는, 그렇게는 안 되잖아요.]
주민들은 선거철만 되면 찾아오는 후보자들에게 또 다시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국비와 시비 등 다양한 방법으로 예산을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말합니다.
올해도 역시 새로운 후보자가 개선을 약속했습니다.
현재 전국적으로 100가구 중 97가구에는 상수도가 공급되고 있습니다.
건강하게 살 권리 중 가장 기본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권리.
이곳 주민들은 언제쯤 누릴 수 있게 될까요.
(인턴기자 : 이혜주)
이선화 기자 , 유규열, 김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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