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위, 참여 반대 의견에
직원들 반발 일자 e메일
“개인적 영역…금지 못해”
정치적 중립을 지킬 것을 요구받았던 유엔 직원들은 전 세계적으로 번진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 참여할 수 있을까.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71·사진)의 대답은 “가능하다”이다.
미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인종차별 반대에 대한 연대나 평화로운 시민운동에 참여하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적인 영역이다. 개인적인 표현은 금지되어 있지 않다”고 알렸다. 이는 지난주 유엔 윤리위원회가 직원 회람을 통해 인종차별 항의 대중집회 참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에 비판이 거세지자 내놓은 답변이다.
미국 백인 경찰관 데릭 쇼빈의 가혹행위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숨진 후 세계 곳곳에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한창이던 당시 윤리위는 가이드라인에서 “현재 상황에서 대중집회에 참여하는 것은 국제 공무원으로서 우리에게 요구되는 독립성과 공평성에 합당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유엔 직원들은 반발했다.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보호·증진에 관한 특별보고관인 클레멘트 부렐레는 지난 7일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국제 공무원은 공정성을 보장해야 하지만, 유엔 내부 규정이 모든 국가에 적용되는 광범위한 국제 인권규범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유엔 내에서 논란이 커지자 애초 가이드라인을 승인한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e메일을 통해 해명한 것이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10일에도 트위터를 통해 유엔 직원들의 시위 참여와 관련해 좀 더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인종차별주의는 어느 순간, 모든 곳에서 거부돼야 한다. 이는 유엔 헌장이 담고 있는 중요한 내용”이라고 썼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2017년 1월 취임한 후 인종차별과 혐오 문제에 비판적인 발언을 해왔다. 소수자 권익 보호·증진에도 적극적이었다. 사회주의자인 그는 포르투갈 총리 출신으로 2005~2015년 유엔난민기구 고등판무관을 지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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