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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이슈 차기 대선 경쟁

‘대선주자 1위’ 이낙연은 왜 항상 ‘엄중히’ 보기만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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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BAR_이지혜의 지혜로운 국회생활

한겨레

이낙연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협회 언론인 출신 21대 국회의원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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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또 ‘엄중히 지켜본다’고 하겠지?” 요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을 취재하려고 기다리면서 기자들끼리 하는 농담입니다.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위원장이 어떤 현안이든 명확한 입장을 취하지 않는 ‘무색무취’ 전략으로 일관하기 때문에 나온 말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 김부겸 전 의원 등 여권의 경쟁자들이 모두 참전한 ‘기본소득 논쟁’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위원장은 지난 8일 페이스북에 “기본소득제 취지를 이해한다. 찬반 논의도 환영한다. 다만 기본소득제의 개념은 무엇인지, 복지체제를 대체하자는 것인지 보완하자는 것인지, 재원 확보 방안과 지속가능한 실천 방안은 무엇인지 등의 논의와 점검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논의와 점검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데 ‘열심히 논의하라’고 제3자처럼 응원을 한 셈입니다.

지난 11일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관련 토론회에서도 비슷했어요. 이는 대기업 돈을 풀어 벤처를 살리자는 주장과 재벌의 문어발 확장을 가능케 하고 금산분리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맞붙는 예민한 사안입니다. 이날 토론회 축사를 맡은 이 위원장은 “벤처 투자 활성화와 금산분리 원칙 사이에서 뭐가 정답일까 고민했다”며 “두가지 정신을 살리는 지혜들이 나오고 있다. 좋은 토론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범위를 논할 때도,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물을 때도 최대한 ‘우회 화법’을 구사했습니다.

본래 동아일보 기자였던 이 위원장을 정치권으로 불러들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그의 언변과 소통능력을 높게 평가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요즘엔 이 위원장의 말이 이해하기 힘들까요? 정치권에선 ‘부자 몸조심’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대선 1위 주자 자리를 지키기만 해도 충분한 상황에 굳이 논쟁에 휘말릴 이유가 없다는 거죠. 하지만 무작정 핵심 사안에서 멀찌감치 빠져있을 수도 없기에 ‘전략적 애매모호 화법’을 구사한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론 논쟁에 뛰어들지 않았지만 마치 참전한 것처럼 보이는 효과를 내는 전략입니다. 그러다보니 민주당 내에선 “이낙연은 모든 게 세팅(준비)되어 있어야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볼멘 소리가 나옵니다.

신중하고 모호한 답변은 예상 밖 혼선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정의기억연대 회계부정 사건으로 윤미향 민주당 의원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일 때 이 위원장은 입장을 묻는 기자들에게 “엄중히 보고 있다”는 짤막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엄중히 보고 있다’ 한 마디였지만, 그의 정치적 위상과 무게감 때문에 곧 ‘당이 윤미향 당선인과 선긋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지요. 하지만 바로 다음 날 이 위원장은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저의 문제의식을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해야 했습니다.

이 위원장과 오래 함께했던 보좌진들은 “그는 책임감 없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함부로 말하지 않는 타고난 성정 탓”이라고 말합니다. 확신이 들어야 말하는 신중한 성격인데다 본래 에둘러 말하는 화법을 구사한다는 것입니다. 평소에도 이 위원장은 ‘해석의 여지가 넓은’ 지시를 내리기 일쑤여서 참모들이 ‘지시의 의미’에 대해 회의를 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게다가 이 위원장은 ‘선동가형 화법’을 워낙 싫어해서 야당 시절에도 보좌진이 여당 의원들의 말꼬투리를 잡는 방식으로 공격하는 보도자료를 써오면 “말장난 하지 말라”며 호되게 혼을 냈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의 화법은 ‘미덕’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습니다.

이 위원장은 이번주 중으로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지역 일정을 마무리하고 이달 내로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략적 선택이든 타고난 성정이든 이 위원장은 이제 말을 하지 않으면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는 자리에 서게 됐습니다. 신중하게 엮어낸 자기 생각을 최대한 국민 앞에 풀어놓고 평가를 받아야 할 책임을 지게 된 거죠. 필요할 때는 자신의 의견을 가지고 싸우면서 반대 세력을 돌파해야 합니다. 그동안 거물급 정치인들은 그런 과정을 거치며 지지를 쌓아 올렸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국민들은 그의 생각을 궁금해할 텐데요. 이 위원장은 어떤 모습으로 논쟁의 한복판에 뛰어들까요?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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