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식당 주인이 고백한 3개월 휴업 이야기
포스트 코로나 시대, 식당들의 '뉴노멀' 생존방법
벨기에 조도뉴에서 프랑스식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클레멍 두와양 셰프 © 뉴스1 차현정 통신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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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트호번=뉴스1) 차현정 통신원 = "제 모든 노력과 애정을 담았던 레스토랑이 닫힌 지난 3개월간은 하루도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웠습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동쪽으로 50㎞ 떨어진 조도뉴 지역에서 프랑스식 레스토랑을 3년째 운영하는 클레멍 두와양 셰프는 <뉴스1>과 만나 이렇게 속내를 털어 놓았다.
◇ "예약 100% 채우고 만반의 준비했는데…설마하던 일이 벌어졌다": 벨기에 정부가 강제적인 봉쇄 정책을 발표하기 전날, 두와양 셰프는 주말을 앞두고 예약 100%를 채워 기분이 좋았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올해가 3년째 운영이라 이제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였기 때문에 이렇게 예약이 꽉 찬 날은 직원들 모두 활기차 있어요. 며칠 전부터 만반의 준비를 다했죠. 그날 오후 설마하던 일이 벌어졌습니다. 제 귀를 의심했어요. 정성스레 준비한 식재료를 모두 버려야 할 때 마음이 무척 아팠습니다."
벨기에는 지난 3월 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고자 모든 레스토랑과 술집, 클럽 등에 강제 휴업을 지시했다. 다행히 그는 모두 정직원을 두고 있었고 코로나 봉쇄 기간 동안 직원들의 급여는 실업급여로 대체할 수 있었다.
◇ "프랑스 음식은 배달·포장 어려워…버티기 힘들었다": 벨기에 정부는 자영업자 구제를 위해 영업장 규모에 상관없이 5000유로를 일괄 지급하고 은행 보증 연장과 대출상환 연기 등 조치들을 발표했고 원천징수세 납부는 3개월간 면제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좌석수 50개 정도의 중급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두와양 셰프에게 월세를 제하면 남는 것은 없었다.
"봉쇄 첫 달에는 당연히 정부의 방침을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석 달로 연장이 되면서 저와 주변의 다른 레스토랑들은 버티기가 어려워졌어요. 포장과 배달 판매가 가능한 중식이나 일식 레스토랑은 비교적 타격이 적었지만, 프랑스식 레스토랑은 직접 대접 받는 느낌을 받기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프랑스 음식은 코스별로 음식이 순차적으로 나가기 때문에 배달도 어렵습니다."
◇ "한국처럼 방역했다면, 오랜 휴업은 없었겠죠": 두와양 셰프는 뒤늦은 경제적 보상보다는 초기 방역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럽도 한국처럼 초기에 전부 마스크를 쓰게 하고 적극적인 검사와 치료를 병행했다면 이렇게 전국의 모든 레스토랑이 3개월간 영업을 아예 못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벨기에는 지난 3월 중순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초기에 적극적인 방역으로 1차 확산을 억제했던 한국과 달리, 벨기에에서는 감염 확산이 한 달 넘게 지속되면서 한때는 일일 확진자 수가 2000명을 넘기도 했다.
22일 기준 현재 벨기에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6만550명이다. 이 가운데 9696명이 사망했다. 지금은 일일 확진자 수가 100명 내외로 많이 줄어들었고 사망자 수도 10명 이하로 내려가면서 대부분의 사업장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 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 석달 만에 겨우 영업 재개…여전히 어려운 현실: 단계별 봉쇄완화 조치가 발표되자 지난 8일 3개월 간의 고통스러운 침묵을 깨고 대부분의 레스토랑이 다시 영업을 재개했다. 두와양 셰프도 몰려드는 예약 전화가 반가웠다고 고백했다.
"3개월간 힘들게 버텨온 동네 레스토랑을 도와주자는 움직임이 온라인을 통해서 시작되었어요. 영업 재개하는 첫날 100% 예약을 받았습니다. 이제 직원들과 함께 다시 활기찬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해요."
레스토랑 내 테이블이 모두 1.5m 간격을 두고 있다. © 뉴스1 차현정 통신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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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전히 어려움은 존재한다. 벨기에 정부는 영업장 내 테이블 사이의 간격이 1.5미터 이상이 지켜져야 한다는 조건하에 레스토랑의 영업 재개를 허락했다. 공간 확보가 어려운 소규모 영업장의 경우 비말을 통한 감염을 막기 위해 투명 가림막 설치를 의무화했다.
또 10명 이상의 단체 고객은 받을 수 없다. 레스토랑에 입장할 때 간단한 체온 체크나 건강 상태를 묻는 레스토랑도 늘어나고 있다. 손님은 적게 받을 수밖에 없는데 관리 인력은 더 늘어난 상황이다.
음식을 나르는 직원은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위생 규칙 또한 전보다 강화됐다. 레스토랑에서는 천으로 된 냅킨을 사용할 수 없고 화장실의 핸드타올 또한 모두 일회용으로 교체해야 했다. 곳곳에 소독제가 비치됐고 셰프들은 불 앞에서 마스크를 쓰고 조리하느라 진땀을 뺐다.
한 테이블 손님들이 나갈 때마다 손이 닿았던 곳은 모두 소독을 하고 다시 손님을 받는 일을 반복해야 했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 식당들이 살아남는 법: 이 때문에 최근 벨기에 정부는 소독제와 일회용품 비용을 서비스 가격에 더하는 일명 '코로나 증액'을 각 영업장에 허용했다.
예를 들어 미용실이나 페디큐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에서는 손님에게 10% 정도의 코로나 증액 서비스 대금을 청구하는데 여기에는 소독 및 청소비용 등이 포함돼 있다.
벨기에 브뤼셀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미용실에 갔다가 남성 커트에만 30유로를 지불했다. 코로나 이전에는 26유로 정도였는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간 탓에 영업장에서 마스크 구매 비용 2유로와 코로나 증액 비용 2유로를 내야 했기 때문이다.
두와양 셰프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해 자신의 레스토랑도 비대면 서비스를 뉴노멀(new normal)로 보고 그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는 이상 2차 아니 3차 감염도 언제든 닥칠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때마다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 곳은 규모에 상관없이 아마 레스토랑 사업이 될 거예요."
벨기에의 많은 레스토랑들은 QR코드로 비접촉 주문을 받고 현금 대신 일괄적으로 카드 결제를 요청하며 최대한 접촉을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레스토랑 운영시간과 메뉴를 공지하고 예약제로만 고객을 받는 곳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chahjlis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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