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8 (화)

“간척·치수 기술력 ‘세계 최고’… 해외 수주 확대 힘쓸 것” [농어촌이 미래다-그린라이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김인식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인터뷰 / 해외사업 2021년 흑자 전환 자신 / 印尼·말라위서 대규모 기술 용역 진행 / 국내 기업 관련 공사 수주 ‘가교’로 나서 / 러에 영농센터 운영… K농업 진출 지원 / 기후변화 맞춰 영농환경 정비 / 2017년 전담조직 신설… 대책 수립 나서 / 과거 기준 노후 관개시설 신속 개보수 / 가뭄·홍수 대응 시설관리 ‘매뉴얼’ 배포 / 농업SOC ‘데이터경제’ 전환 / ICT 활용 저수지·수문 등 모니터링링 / ‘스마트 용수 관리 시스템’ 조기 구축 / 첨단 영농인프라 발판 세계시장 개척

“해외용역사업 부문이 내년부터 흑자로 전환될 겁니다. 현재 인도네시아, 말라위에서 대규모 기술 용역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우리 공사는 자신 있습니다. 농업은 이렇게 국위선양도 확실히 합니다.” 지난달 29일 전남 나주혁신도시에 위치한 한국농어촌공사 본사에서 만난 김인식 사장은 엄지를 척 들어 보이며 거침없이 말했다. 그는 농어촌공사의 해외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부터 공사법이 개정됨에 따라 사업영역이 해외까지 확대돼 적극적인 사업 수주활동이 가능해졌다.

세계일보

김인식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이 지난달 29일 전남 나주혁신도시에 위치한 본사에서 올해 주요 사업과 해외사업의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제공


김 사장은 “새만금을 만든 한국 토목기술은 세계 최고”라며 “땅이 가라앉고 있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방조제 조성 컨설팅 사업을 진행 중인데, 컨설팅 주체가 공사를 맡는 경우가 많아 공사 수주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해외사업이 수익성 측면에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우리 공사의 해외사업은 원래 80억∼90억원 정도 적자였는데 입찰 시 가격을 너무 낮췄던 측면이 있다. 하지만 기술에 자신이 있으니 높여야 한다”며 “말라위가 쉐레밸리 관개시설 확충 사업의 설계감리 대행사를 공모했는데 네덜란드, 그리스 등을 제치고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우리가 선정됐다. 지난달 계약체결을 완료했다. 그만큼 한국의 기술력을 신뢰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사업을 수주하면 민간기업이 해외사업에 진출할 통로가 열리고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공사 주요사업으로 국내 농업생산기반 조성, 농지은행 사업 등을 충실히 수행해 농업인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라고 했다. 1980년대부터 농업운동에 투신해오다 2003년 노무현정부의 청와대 농어촌비서관으로 발탁되면서 농촌진흥청장 등 농업 행정가의 길을 걷게 된 김 사장은 농업인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뼈농인’(뼛속까지 농업인)이다. 그가 취임 후 ‘농어민과 함께 농어촌을 위해!’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유기도 하다. 지난해 3월 임기를 시작해 절반가량을 달려온 김 사장의 남은 계획을 들어봤다.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 피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태풍, 가뭄, 집중호우의 정도와 그에 따른 피해가 갈수록 심해진다. 농업인이 재해 걱정 없이 농사지을 수 있도록 안전한 영농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예컨대 과거의 홍수량을 기준으로 설계된 시설물들은 노후했을 뿐 아니라 현재 기준과 달라 홍수 발생 시 재해 위험에 크게 노출될 수 있다. 이런 시설의 개보수 사업을 추진 중이며 대형 기반시설에 대한 치수능력을 확대 중이다. 작년 한국에 역대 최다인 7개 태풍이 영향을 끼쳤는데 체계적인 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했다. 2017년 기후변화 대응 전담조직을 신설해 농업·농촌분야 기후변화 실태조사를 추진하며 다양한 대책 수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계일보

―농업용수 수급 불균형에 따른 대책은.

“지역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물관리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자동 수위 계측 등 ICT(정보통신기술) 계측 정보 기반의 스마트 물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보다 과학적인 물관리로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가뭄 상습지역에 저수지, 양수장 등 수리시설을 설치해 가뭄 걱정 없는 안전 영농기반을 구축하는 다목적 농촌용수개발사업(60개 지구), 농업용수의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는 농촌용수이용체계 재편사업(9지구)을 진행하겠다.”

―농지의 수요와 공급 불균형 문제가 제기된다.

“귀농·귀촌 농가에 농지를 원활하게 빌려주려면 공사가 충분한 농지를 확보해야 한다. 기존엔 정부의 농지매입 단가가 너무 낮아 농업인들이 팔기를 꺼렸다. 이를 해결하고자 공공임대용 농지매입 기준을 논과 밭으로 이원화하고 단가를 인상해 매입 단가를 현실화했다. 기존엔 정부가 농업인의 농지만 매입할 수 있었는데 비농업인의 농지(상속, 이농인)도 매입해 임대할 수 있도록 했다. 아직 시행령 개정안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의 적극적인 행정지원으로 5월부터 우선 시행 중이다.”

―현장경영을 강조한다. 직접 본 농어촌 현안은 무엇인가.

“안전한 영농환경을 위해 현장에 필요한 것은 ‘매뉴얼’이다. 매뉴얼이 있으면 어떤 위기상황이 와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할 수 있다. 그래서 지역별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KRC 지역개발센터’를 신설해 지역개발 전문성을 높이고 유지관리 매뉴얼을 새로 만들었다. 전국 1400여개소의 유지관리 시설물 위치, 특징 등을 구체화해 업무에 적용하도록 했다. 이 매뉴얼은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 앱으로 개발해 농업인 서비스의 질을 향상하겠다.”

세계일보

―정부의 한국판 뉴딜에 농어촌공사는 어떻게 참여하나.

“물관리의 과학화와 안전성을 강화하는 한편, 고부가가치 농업 구현을 위한 미래형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새로운 사업을 발굴·추진하고 있다.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를 통해 데이터의 축적과 가공, 공공데이터 민간개방 확대로 이어지는 농업 SOC 분야의 데이터 경제 기반을 구축함으로써 관련 산업의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체계로 전환하는 기회로 활용하겠다. 저수지와 수문 등 농업기반시설 자동제어와 모니터링이 가능한 농업용수관리자동화사업을 조기 추진하고 농업용 호소 내 실시간 모니터링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확보한 산업적 역량과 기존 기술력을 바탕으로 민간기업과 해외 시장에 동반 진출할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고령화, 공동화 등 농어촌의 위기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나.

“농어촌의 희망은 결국 사람이다. 공사는 사람이 돌아오는 농어촌을 만들기 위해 정주여건을 개선하고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등 지역개발사업을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도로, 생활편의시설, 특산물 가공시설, 체험시설 등을 조성하고 주민의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하는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붕개량, 빈집정비 등 취약지역의 기반시설을 정비하는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도 시행 중이다.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지역개발과 관광 활성화로 우리 농촌을 삶터, 일터, 쉼터가 어우러진 곳으로 만들기 위해 지난 2월부터 ‘KRC 지역개발센터’를 지역본부별로 신설해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도시민의 농촌체험마을 방문, 재능나눔 등 도시와 농촌의 교류를 통한 농촌 소득 증대 사업도 추진하겠다.”

―해외사업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하나.

“해외사업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공적개발원조(ODA), 해외용역, 민간기업 지원이다. ODA는 정부의 원조사업을 우리가 대신한다. 미얀마 안전진단·점검시스템 사업이 농식품부에 제안해 통과한 상태로 내년에 착수한다. 해외용역은 순수하게 우리가 진행한다.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우리 기업과 농어촌공사가 함께 대규모 용역을 수주하고 있다. 자카르타 설계감리 작업은 올해 말에 마무리되며, 쉐레밸리는 이달 안에 전문가를 파견해 시공감리에 들어간다. 민간기업 지원 분야도 빼놓을 수 없다. 러시아 연해주에 ‘극동영농지원센터’를 두고 농사짓는 한국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현지에서 재배 적합한 품종을 선정하고 수입 관세 인하, 현지 정부와의 소통, 환경 정비 등 과정을 도왔다. 기업들도 만족도가 높지만 식량난이 왔을 때 우리가 활용할 부분도 있어 윈윈하는 일이다.”

세계일보

―남은 임기 동안 이루고 싶은 일은.

“1순위는 농어촌의 안전을 위한 농어촌공사가 되는 것이다. 자연재해 대응체계 마련과 더불어 노후 수리시설 정비에 최선을 다하고 가뭄에도 걱정 없는 수자원 개발과 지역 맞춤형 물관리를 위해 지속 노력하겠다. 정부 농업정책의 실행기관으로서 정책품질 향상은 물론 농업인에게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해야 하며, 이를 통해 농어촌에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야 한다. 농어촌공사는 모든 사업 성과가 농어업인에게 돌아가도록 이들의 참여를 확대하고 현장 중심의 경영체계로 공사 체질을 개선하겠다.”

대담=박찬준 경제부장, 정리=김희원 기자

김인식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은…

●경남 진주(1954년) ●진주고 ●경상대 축산과 ●한국낙농육우협회 전무이사 ●전국농민단체협의회 사무총장 ●대통령비서실 농어촌비서관 ●농촌진흥청 제20대 청장 ●경상대학교 초빙교수 ●한국농식품유통품질관리협회 회장 ●한국농어촌공사 제10대 사장(2019년 3월∼)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