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 시행규칙 개정‧IFRS17 대비‧소비자 니즈 등 ‘3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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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생명보험사의 꽃이라 불리는 종신보험 대부분이 저축성보험으로 둔갑돼 판매되고 있다. 종신보험은 본연의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사망보장을 뒤로한 채 만기환급률, 연금전환 등 저축성 기능을 앞세운 영업이 횡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종신보험이 보장성보험인 만큼 본연의 기능인 보장성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종신보험이 본격적으로 저축성보험으로 둔갑해 팔리게 된 시점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7년 4월부터 세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저축성보험의 비과세 혜택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종신보험 등 보장성보험은 해당 비과세 혜택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 전에도 종신보험은 마치 비과세 통장으로 둔갑한 불완전판매가 종종 발생하곤 했는데, 세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그 불씨를 당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세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10년 이상의 장기 저축성보험은 월납 보험료 월 평균 150만원까지, 일시납은 1억원까지로 비과세 해당 범위가 줄었다. 기존엔 월납보험료는 제한이 없었고, 일시납 보험료는 2억원 이하면 장기 저축성보험의 이자소득세가 면제됐었다.
2023년 도입 예정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도 종신보험을 저축성으로 변모하게 만든 장본인 중 하나다. IFRS17 도입 시 보험 부채가 원가에서 시가평가로 변경되면 보험사들은 저축성보험이 많을수록 부채부담이 크게 증가한다. 이에 생보사들은 저축성보험의 비중을 줄이고 종신보험 등 보장성보험 판매에 열을 올려왔다.
종신보험의 가입 니즈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종신보험의 저축화 현상에 영향을 끼쳤다. 이는 종신보험 본연의 기능으로만은 더 이상 고객을 끌어들이기 힘들다는 생보사들의 판단이 선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종신보험은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비쌀뿐더러 저출산ㆍ고령화 기조가 심화되면서 판매동력이 떨어지고 있다. 실제로 생보사 최근 3년간 종신보험 초회보험료는 65.2%나 감소했다.
종신보험의 저축 기능은?저축성보험과 종신보험은 생보사들의 주요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보험료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일반 다른 상품 대비 수익성도 좋기 때문이다. 이에 저축성보험의 판매 메리트가 적어지자 보험사들은 종신보험으로 그 역할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만기환급금, 연금전환특약 등을 미끼로 종신보험을 저축성상품처럼 판매하는 식의 영업을 벌여온 것이다. 특히 무‧저해지환급형 상품이나 유니버셜 기능을 탑재한 종신보험은 계약을 만기까지 유지했을 시 일반 상품 대비 환급률이 높다는 점이 강조돼 왔다.
무‧저해지환급형 상품은 보험료 납입 기간 중 해지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대신 보험료가 20~30%가량 저렴하다. 또 이러한 상품 형태는 만기까지 유지하면 환급금이 나오는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험료로 인해 환급률이 적금, 저축성 상품 등 보다 높은 경우도 있다. 유니버셜 보험의 경우 사망 보장 금액을 제외한 잔액의 투자 수익을 적립해 주는 상품을 말한다. 보험 계약자는 보험료 추가납입이 가능하고 해약환급금도 자유롭게 받을 수 있다. 보험료를 추가납입 하면 가입자는 향후 환급금의 규모를 늘릴 수 있다. 이에 유니버셜은 저축성 컨셉의 단골 기능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저축성 컨셉 주의해야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종신보험의 저축성 기능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가입자 상황에 맞춰 종신보험 본연의 기능인 사망보장은 물론 여러 저축성 기능을 요긴하게 활용 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목적에 맞는 가입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종신보험은 보장성보험이기 때문에 저축성보험을 대신해 가입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종신보험은 언젠가 한 번은 보험금이 반드시 지급되는 상품인 만큼 높은 사업비가 부과된다. 이는 중도 해지할 경우 원금 손실 우려도 크다는 의미다.
이에 금융당국에서는 보장성보험을 저축성보험으로 오인해 가입하는 사례를 막기 위한 조치에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무해지환급형의 높은 환급률을 제한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불완전판매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무해지환급형에 대한 소비자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하기도 했다. 지난 4월에는 보장성보험의 추가납입 한도를 기존 월 보험료의 200%에서 100%로 줄이도록 보험업감독규정도 개정했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서 저축성보험 판매에 대한 메리트가 없고 보험 소비자들 역시 저축성 상품의 니즈가 크기 때문에 종신보험의 저축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 같다"며 "불완전판매만 아니면 종신보험도 여전히 매력적인 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권유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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