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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이슈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최장수 서울시장` 재산은 -6억9091만원…책 `박원순 죽이기` 도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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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황세연 중원문화 대표가 쓴 책 `박원순 죽이기` 표지. 박 시장이 숨진 10일 발간 예정이었던 책으로 관심을 모았다.


10일 생을 마감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은 생전에 생명나눔실천회에 안구와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다. 서울시가 유족의 허락을 받아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박 시장의 유서를 공개한 가운데, 박 시장이 18년 전 펴낸 책에 실렸던 유언도 관심을 끌고 있다. 2002년 당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이던 박 시장은 '성공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습관, 나눔'이라는 책을 펴내면서 자녀와 아내, 지인 등에게 보내는 3통의 생전 유언을 남겼다. 공교롭게도 박 시장이 숨진 10일 출간 예정이었던 '박원순 죽이기'라는 책도 SNS 등에서 거론되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책은 "친문 세력이 차기 대통령 후보로 구상하는 후보가 있다면 박원순 죽이기를 먼저 해야 할 것"이라며 "그러나 박 시장이야말로 차기 대통령으로 가장 적합한 인물이기 때문에 박원순 죽이기는 불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은 박 시장 발인이후인 13일께 출간될 것으로 알려졌다.

◆ 18년전 책에서 딸과 아들, 아내, 동료에게 세 통의 유서 남겨

박 시장은 18년전 책을 빌어 딸과 아들에게 쓴 유서에서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점을 사과하고 선한 심성을 바탕으로 바르게 살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유산은커녕 생전에도 너희의 양육과 교육에서 남들만큼 못한 점에 오히려 용서를 구한다. 가족 여행을 떠나거나 함께 모여 따뜻한 대화 한번 제대로 나누지 못했구나. 나는 너희에게 무언가 큰 가르침도 남기지 못했으니 그저 미안하게 생각할 뿐"이라고 썼다. 이어 "우리 부모님은 내게 정직함과 성실함을 무엇보다 큰 유산으로 남겨 주셨다. 내 부모님의 선한 심성과 행동들이 아빠의 삶의 기반이 되었듯 내가 인생에서 이룬 작은 성취들과 그것을 가능하게 한 바른 생각들이 너희의 삶에서도 작은 유산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박 시장은 또 "그래도 아빠가 세상 사람들에게 크게 죄를 짓거나 욕먹을 짓을 한 것은 아니니 그것으로나마 작은 위안을 삼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인생은 그렇게 돈이나 지위만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최선을 다해 인생을 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너희는 돈과 지위 이상의 커다란 이상과 가치가 있음을 깨닫는 인생을 살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내에게 쓴 유서에는 인권변호사·시민운동가 남편의 '거친 삶'을 함께해 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전하며, 자신의 안구와 장기를 기증하고 자신의 몸은 화장해 자신의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고 부탁했다. 박 시장은 "이미 안구와 장기를 생명나눔실천회에 기부했으니 그분들에게 내 몸을 맡기도록 부탁하오. 그 다음 화장을 해서 시골 마을 내 부모님이 계신 산소 옆에 나를 뿌려주기 바라오. 양지바른 곳이니 한겨울에도 따뜻한 햇볕을 지키면서 우리 부모님에게 못다 한 효도를 했으면 좋겠소"라고 언급했다.

◆ 작년 재산은 마이너스 6억9091만원…재임중 빚 계속 늘어

박 시장은 최장수 3선 시장으로 8년 8개월여 간 재직했다. 9년 가까운 재직기간 동안 박 시장의 순자산은 내내 마이너스였고, 임기 동안 빚이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10월 보궐선거로 당선된 박 시장은 이듬해 3월에 관보로 공개된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 '고위공직자 정기 재산변동사항'에서 2011년 말 기준 순재산(가족 포함)이 마이너스 3억1056만원이라고 신고했다. 당시 고위공직자 가운데 가장 적은 재산이었다. 아파트 전세금과 사무실 전세금이 1억1500만원, 경남 창녕군 장마면 장가리 소재 땅(논)이 약 3900만원, 예금이 1억7000만원 상당이었고 채권 5700만원도 있었으나, 채무가 6억6000만원이었다.

당시 박 시장은 종전에는 채무가 52억4400만원에 달했으나 선거비용 보전금 등으로 사인간 채무(5464명) 45억원 상당과 금융기관 채무 500여만원을 일부 상환했다고 신고했다. 시장으로 재직하면서도 빚은 늘었다. 정부가 공개한 박 시장의 순재산은 2012년 마이너스 5억9474만원, 2013년 마이너스 6억8601만원, 2014년 마이너스 6억8493만원, 2015년 마이너스 6억8629만원, 2016년 마이너스 5억5983만원, 2017년 마이너스 6억2990만원, 2018년 마이너스 7억3650만원, 2019년 마이너스 6억9091만원이었다. 올해 3월 공개된 내역에 따르면 박 시장의 재산 중에 아파트나 상가나 주택 등은 없었으며, 본인 명의의 자동차도 없었다.

◆ 10일 발간 예정이었던 책 '박원순 죽이기'도 관심

박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된 10일 발간 예정이었던 책도 인터넷 등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제목이 '박원순 죽이기'(중원문화)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쓴 황세연 중원문화 대표는 박 시장의 능력과 비전, 사람됨 등을 들어 차기 대통령으로 적합한 인물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황 대표는 책에 "박원순만이 가장 투명하고, 가장 헌신적이며, 가장 진보적 사고로 위기의 대한민국을 부동산투기 세상이라는 수렁에서 구해낼 구원투수라고 생각한다"고 썼다. 그는 또 "물론 친문 세력이 차기 대통령 후보로 구상하는 후보가 있다면 박원순 죽이기를 먼저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호남이 원하는 진보적인 대통령 후보가 박원순이기에 '더민주당'은 호남의 움직임에 따라서 또다시 분열될 것"이라면서 '박원순 죽이기'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황 대표는 이어 "현재 국가권력과 경제권력이 손을 맞잡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통령으로 가는 길을 제일 먼저 막기 시작하고 있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며 '박원순 죽이기 세력'을 밀어내자고 주장했다.

황 대표는 5·18 민주화운동, 1987년 대선 당시 구로구청 사건 등에 연루돼 수차례 구속 수감됐으며 '세계 철학사 시리즈(전 5권)', '걸어다니는 철학', '변증법이란 무엇인가' 등 다수의 철학·사회과학 서적을 쓰거나 번역했다. 1984년 중원문화를 인수해 지금까지 경영해오고 있다. '운동권 후배'인 박원순 시장과는 오래전부터 잘 알고 지냈으며 지금도 자신이 '박 시장 팬카페 비슷한 것'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출판사는 고인에 대한 인간적 예의 차원에서 책 발간을 발인 이후로 미룰 것이라고 밝혔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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