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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박원순 전 비서 "신체접촉 등 4년간 성추행…사과받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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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박원순 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냈다는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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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 옮기고도 지속…50만 명 호소에도 바뀌지 않아"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가 4년간 지속해서 박 시장에게 성추행당한 사실을 폭로했다.

전 비서 A 씨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박 시장의 영결식이 끝난 13일 오후 2시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 변호사와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가 참석했고, A 씨는 참석하지 않았다.

김 변호사는 "(박 시장의 성추행이) 비서직을 수행한 4년간 계속됐으며, 다른 부서 발령 후에도 지속됐다"며 "장소는 집무실과 집무실 내 침실 등이었다"고 밝혔다. A 씨의 주장에 따르면 박 시장은 A 씨에게 셀카 촬영을 요구하고, 촬영 시 신체 밀착을 하거나 시장 집무실 안에 있는 침실로 불러 "안아달라"며 신체적 접촉을 했다.

또 박 시장이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으로 A 씨를 초대해 음란 문자와 속옷만 입은 사진을 계속 전송하는 등 괴롭혀왔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지난 5월 12일 김 변호사를 찾아 1차 상담을 했고, 이후 김 변호사는 법률적 검토를 시작했다. 김 변호사는 A 씨가 사용한 스마트폰을 포렌식 했고, 일부 자료는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스마트폰에는 범행 방법과 박 시장이 보낸 텔레그램 문자 내용, 사진 등이 담겨 있다. A 씨가 이런 내용을 주변에 보여주며 고통을 호소했기때문에 지인들도 해당 내용을 알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 변호사가 밝힌 박 시장의 범죄 사실은 성폭력특례법(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업무상 위력 추행) 위반과 형법상의 강제추행 등이다. A 씨는 지난 8일 오후 4시 30분께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했고, 9일 오전 2시 30분까지 1차 진술 조사를 마쳤다. 박 시장은 9일 오전 10시44분께 공관을 나와 실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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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왼쪽에서 세 번째)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박원순 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냈다는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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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변호사는 A 씨가 아직 공무원으로 재직하고 있다는 것도 밝혔다. 그러면서 A 씨는 서울시청의 연락을 받고, 면접을 본 후 비서실 근무 통보를 받은 사실도 강조했다. 일각에서 'A 씨가 먼저 시장 비서직으로 지원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인터넷에 A 씨의 고소장이라고 떠돌아다니는 문건에 대해선 수사기관에 제출한 문건이 아니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해당 문건에는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서 "오늘 자로 서울지방경찰청에 해당 문건 유포를 수사하고, 처벌해달라는 내용으로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피해자가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시장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시장의 단순한 실수로 받아들여라'는 내용의 답변을 들었다"며 "부서 변경을 요청했으나 박 시장이 요청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비밀 텔레그램 대화 요구와 음란 문자 전송 등 점점 가해 수위가 심각해졌고, 부서 변동 이후에도 개인적인 연락이 지속됐다"며 이 사건이 전형적인 직장 내 성추행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또 박 시장이 여성 인권에 관심 갖고 역할을 해왔던 사회적 리더였고,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사건을 보며 경각심을 가져야 할 위치였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소장은 A 씨의 고소와 동시에 피고소인(박 시장)에게 수사상황이 전달된 점도 지적했다. 이 소장은 "서울시장의 지위에는 수사 시작 전 증거 인멸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걸 목격했다"며 "누가 국가 시스템을 믿고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고소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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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이 피해자와 연대할것을 알리는 팻말을 들고 있다. /이동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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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박 시장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해서 사건의 실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경찰이 입장을 밝힐 것도 요구했다. 서울시도 조사단을 구성해 진상을 밝히고, 정부와 국회, 정당도 책임 있는 행보를 할 것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A 씨가 작성한 입장문이 공개됐다. A 씨는 "거대한 권력 앞에서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다"며 "대한민국에서 법의 심판을 받고,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용기를 내 고소장을 접수하고, 밤새 조사를 받은 날, 제 존엄성을 해쳤던 분께서 스스로 인간의 존엄을 내려놨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기도 했다.

A 씨는 "많은 분께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망설였다"면서 "저와 제 가족의 보통의 일상과 안전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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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에서는 A 씨가 작성한 입장문이 공개됐다. 사진은 A 씨의 입장문 전문. /김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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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시장은 실종 7시간 만인 10일 오전 0시1분께 북악산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시장의 딸이 9일 오후 5시17분께 "4~5시간 전에 아버지가 유언 같은 말을 남기고 집을 나갔는데 전화기가 꺼져 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공관을 나오기 전 박 시장은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 오직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미안하다.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는 내용의 유언장을 남겨두고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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