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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故박원순 시장 성추행 의혹

청와대? 경찰? 성추행 고소 누가 박원순에 알려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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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고소 당일저녁 청와대에 보고

청와대 "박시장에게 통보안했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숨진 채 발견된 지난 10일부터 피해자 A씨의 직전 경찰 조사 내용이 박 시장에게 흘러들어 갔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피해자 A씨를 대리·보호하고 있는 시민단체들도 13일 해당 의혹을 본격 제기했다.

조선일보

박원순 서울시장과 문재인 대통령 /조선일보DB


그러자 경찰청은 이날 “박 시장이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추행 혐의로 고소됐다는 접수 사실에 대해서는 청와대에 보고했다”며 “대통령령인 청와대비서실업무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청와대에 보고한 것 이외에) 박 시장 본인에게 고소 사실을 통보한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청와대는 (박 시장에게) 관련 내용을 통보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 호소인의 고통과 두려움을 헤아려 2차 가해를 중단할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청와대측 다른 관계자는 “8일 저녁 경찰로부터 박 시장이 고소를 당했다는 보고는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도 “이 사실을 박 시장 측에 통보한 적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비서실 직제 규정상 중요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행정부는 청와대에 보고하게 돼 있기 때문에 박 시장 고소에 대한 보고를 받는 과정에 절차상 문제는 없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결국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수사해 규명해야 할 사안”이란 말이 나왔다.

◇피해자 “박 시장에게 고소 알린 적 없어”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소와 동시에 피의자(박 시장)에게 모종의 경로로 수사 상황이 전달됐다”며 “서울시장의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는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기 전에도 증거 인멸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을 목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국가 시스템을 믿고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소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들은 A씨 측이 박 시장에게 고소 사실을 미리 알린 적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소장은 “피해자 측이 고소 사실을 박 시장 측에 전달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일절 그런 적 없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고소하고 신속하게 메시지를 보낸 휴대전화를 압수 수색하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해서 담당 수사팀에도 절대 보안을 요청드렸다”고 했다. A씨가 고소 당일 곧바로 10시간에 걸친 수사를 받은 이유도 ‘보안’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고소장을 접수시키고 이 정보(고소 사실)가 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곧바로 그날부터 시작해 다음 날 새벽까지 조사받은 것”이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성폭력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은 피해자 신상 노출을 방지하기 위해 수사 내용을 극도의 보안에 부친다. 경찰 관계자는 “꼭 이번 사건이 아니더라도, 고소 사실을 알게 된 피고소인이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할 가능성 때문에 일선 경찰관들은 보안에 특히 신경을 쓴다”고 했다.

◇법조계 “공무상 기밀 누설로 수사 가능”
경찰은 박 시장 본인에게 고소 사실을 통보한 적 없다고 밝혔다. 수사를 맡은 서울경찰청은 13일 “피고소인인 박 시장에게는 사건 관련 전달한 내용이 없다”며 “서울시와 이를 조율하는 과정도 없었다”고 했다. 고소장을 접수하고 어떻게 수사할지 밑그림을 그리는 상황에서 박 시장의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는 말이다.

공무원을 수사할 경우, 수사기관은 고소인 조사 후 10일 이내에 해당 공무원이 소속된 기관에 그 사실을 통보해야 한다. ‘공무원 수사 개시 통보’ 규정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그런 통보가 이뤄지기 전에 박 시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게 서울경찰청의 설명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새벽 시간에 고소인 조사가 끝나 통보할 시간도 없었고, 통보하려면 어느 정도 사실 관계에 대한 검토를 해야 하기 때문에 곧장 통보할 계획도 없었다”고 했다. 박 시장뿐만 아니라 서울시에도 고소장 접수 사실이 전달된 적 없다는 뜻이다.

다만, 경찰청은 13일 “박 시장이 고소됐다는 접수 사실에 대해서는 청와대에 보고했다. 대통령령인 청와대비서실업무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그에 앞서 서울경찰청은 고소 사건 접수와 동시에 이를 상급 기관인 경찰청 본청(本廳)에 보고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서울경찰청→경찰청→청와대’로 이어지는 보고 라인에서 유출된 적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 때문에 경찰청 본청이 청와대에 보고한 내용이 청와대에서 바로 박 시장에게 새어나갔거나 여권을 거쳐 박 시장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법조계에선 “수사 사항이 피고소인에게 전달된 것은 위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원로 법조인은 “해당 내용을 유출한 사람이 경찰관이든 청와대 공무원이든, 당사자는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수사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피해자 A씨는 자신의 고소 사실이 유출돼 박 시장의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이는 일련의 상황을 놓고 극도의 불안감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미경 소장은 “(피해자 A씨가) 엄청난 위력에서 혼자 정말 시베리아 벌판에 서 계시는 듯한 그런 느낌”이라고 전했다.

[이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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