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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차기 대선 경쟁

[그때 그 뉴스] '개천 용' 이재명, 족쇄 풀고 대선 잠룡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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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소년공이 인권 변호사 거쳐 유력 정치인으로
SNS 통한 '사이다' 발언으로 지지자ㆍ반대자 확 갈려
한국일보

어린 시절 이재명 경기지사의 모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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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지게 가난했던 소년공은 몇십년 뒤,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로 급부상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이후 두 번째 대법원 선고 생중계의 주인공이 되면서 자칫 정치 생명 자체가 끝날 절체절명의 위기였지만, 원심 파기환송 판결을 통해 큰 고비 하나를 넘겼습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이야기입니다.

집안 형편 때문에 중ㆍ고등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공단에서 일해야 했던 소년은 사법고시에 붙으며 '개천에서 난 용'이 됐습니다. 이후 인권변호사ㆍ시민운동가로 활동하며 이름을 날리는 듯하더니 자신이 자라온 성남시의 시장으로 우뚝 자리 잡았습니다.

과감한 정책과 활발한 소통으로 '스타시장'으로 떠오른 그는 이후 2017년 대통령 선거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에 나섰는데요. 경선에는 떨어졌지만 이후 2018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경기지사에 당선되며 다시 한번 존재감을 입증했던 그입니다. 숱한 논란 속에서도 굳건한 지지를 바탕으로 유력 차기 대권 후보이기도 한 이재명 지사는 대표적으로 '호불호'가 확 갈리는 정치인입니다.

가난한 소년공, '개천의 용'이 되다


2017년 1월 이 지사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던 경기 성남시 중원구 오리엔트 시계공장은 그의 어린 시절 아픔이 담긴 곳이죠. 경북 안동시 화전민 가정에서 7남매 중 다섯 째로 태어난 이 지사는 초등학교를 졸업하던 1976년 만 12세 때 성남으로 이주, 영세공장에서 소년공 생활을 했습니다.

특히 이 공장은 1979년부터 그가 2년 동안 일했던 곳입니다. 이 지사는 이곳에서 스프레이를 뿌리는 작업을 하던 중 후각 기능 일부를 잃기도 했습니다. 야구 글러브 공장에서는 작업 중 프레스에 왼쪽 손목이 끼는 골절상을 당해 평생 왼팔이 구부러지는 장애까지 안았습니다.

부상 후유증으로 잠시 일을 쉬는 사이 공부에 매진했던 그는 1년 만에 고입과 대입 검정고시에 잇따라 합격했습니다. 중앙대 법대에 장학생으로 입학한 그는 1986년 사법시험에 합격했습니다. 당시에만 해도 그는 "판ㆍ검사가 돼 이제 정말 잘 먹고 잘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죠.
한국일보

2000년 8월 9일 한국일보 지면. 자료조사=박서영 데이터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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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변호사ㆍ시민운동가, 정치의 꿈을 안다


하지만 그는 다짐과 거리가 먼 길을 걷게 됐습니다. 사회 변화를 향한 열망과 집안 형편 사이에서 고민했던 그는 후에 언론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술회했습니다. "공장 프레스에 눌려 더는 펴지지 않는 굽은 팔을 펴보려던 상처 가득한 소년 노동자의 마음이 노동에 대한 합리적 보상과 대우가 주어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길에 나를 서게 했다."

이후 변호사 이재명은 성남에서 개업을 한 후, 주로 노동과 인권 사건의 변호를 맡으며 활동했습니다. 또 1989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활동을 시작, 고향이나 다름없는 성남에서 시민운동에 앞장 섰죠.

1994년에는 시민과 뜻을 모아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구 성남시민모임)'를 결성했습니다. 이후 2000년 '분당 백궁ㆍ정자지구 용도 변경 특혜의혹', 2002년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파크뷰 특폐 분양 사건'을 파헤쳤죠. 2004년에는 성남시립병원설립추진위원회 공동대표를 맡았는데, 이 운동에서 그는 정치의 꿈을 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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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5월 4일 한국일보 지면. 자료조사=박서영 데이터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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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성남 구시가지의 대형병원들이 문을 닫으며 의료 공백이 심각했습니다. 이에 시민 2만명의 뜻을 모아 주민 발의 시립의료원 설립 조례를 만들었는데, 시의회에서 47초 만에 날치기 폐기를 당합니다. 이에 항의하다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수배된 그는 숨어있던 교회 지하에서 "시장이 돼 직접 시립의료원을 만들겠다"고 결심하게 됩니다.

2010년 51.2%의 득표율로 성남시장에 당선된 이 지사는 결국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습니다. 성남시의료원은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담병원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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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26일 한국일보 지면. 자료조사=박서영 데이터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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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시장', '사이다' 발언과 소통의 달인으로


복지 정책에 관심이 많은 이 지사는 이후 내놓은 정책을 강하게 추진해 왔습니다. 중앙정부ㆍ경기도 등 큰 상대와 충돌을 빚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그는 고집을 꺾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으로 3대 무상복지 정책이 눈에 띕니다.

3대 무상복지 정책은 무상 공공 산후조리원ㆍ무상교복ㆍ청년배당 등입니다. 그는 이 같은 정책을 내놓으며 복지정책의 상징적 인물로 떠올랐고 여러 논란에도 정책을 밀어붙이며 시민들의 높은 호응과 비판을 동시에 얻었습니다. 특히 사회적 논란까지 낳았던 청년수당 정책은 20대 총선 등을 거치며 정부 정책에 반영됐습니다.

이 지사가 '스타시장'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무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였습니다. 그는 여느 자치단체장과 다르게 SNS를 통해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냈습니다. 가수 유승준의 병역문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ㆍMERS) 사태 등을 놓고 박근혜 정부나 여권의 거물 정치인들과 대립각을 세웠습니다.

이 지사는 이후 2017년 4월 민주당 대선 경선 때 대권 잠룡으로 떠오릅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집회 기간 동안 야권 주자 중 가장 먼저 박 대통령 하야와 탄핵을 거론하는가 하면, "청와대를 나오는 순간 수갑 채워야"라는 등 '사이다' 발언을 이어왔죠. 민선 5기 96%, 민선 6기 94.1%라는 높은 공약 이행률도 그의 열성적 지지층을 만든 요인이 됐습니다.
한국일보

2016년 9월 8일 한국일보 지면. 자료조사=박서영 데이터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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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도지사, 족쇄 풀고 대권 앞으로 가나


2018년 7월에는 56.4%의 득표율을 얻어 남경필 자유한국당 후보를 제치고 민선 7기 경기지사로 당선됐습니다. 하지만 도지사직을 수행하기 시작한 7월부터 '친형 강제입원', '여배우 스캔들', '검사 사칭', '혜경궁 김씨', '성남 분당구 대장동 개발' 등 여러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했죠.

이날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 선고 공판은 텔레비전과 유튜브로 생중계됐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에 이어 사상 두 번째 생중계인데, 그만큼 이 재판이 높은 관심을 받았다는 얘기겠죠.

이 지사는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선고를 받게 되면서 차기 대권주자 레이스에 탄력을 받게 된 것 같습니다. 이 지사가 지금까지 추진했던 기본소득 등 경기도의 사업에 추진력이 붙고, 강력한 대권 후보로서의 입지가 굳게 다져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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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가 대법원의 원심 파기환송으로 지사직을 유지하게 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오후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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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박서영 데이터분석가 solu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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