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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사설] ‘권력형 성범죄’ 답 못하는 여가부, 존재이유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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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3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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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의혹과 관련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온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또 납득하기 힘든 모습을 보였다. 3일 열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장관은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 사건이 권력형 성범죄가 맞냐”는 김미애 미래통합당 의원의 두차례 질문에 “수사 중인 사건의 죄명을 규정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소극적인 답변을 내놨다.

“(이런 태도 때문에) 여가부 폐지 주장이 나오는 것”이라는 김 의원의 비판은 지나친 감이 있지만, 지자체장의 성비위가 이어지는 현실을 이 장관이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오거돈 사건의 경우 오 전 시장 본인이 범죄 사실을 인정했음에도 이에 대해 동문서답식 답변을 한 것은 실망스럽다.

여가부는 박 전 시장 사건이 벌어진 뒤 5일이나 지나 관련 첫 공식입장을 내놓으면서 피해자를 ‘고소인’으로 지칭해 비판을 받았다. 이 장관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공식 입장 발표가 늦어진 이유를 묻는 질문에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발표 시점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2차 가해성 발언이 쏟아지는데 여가부가 침묵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는 점을 떠올리면 변명에 가까운 답변이다.

이 장관은 또한 “안희정 사건과 오거돈 사건 때 조직점검 결과와 개선책을 발표했으면 공직사회 성폭력 예방 효과를 거뒀을 것”이라는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효과를 거뒀다”고 답했다. 공직사회 성폭력의 추가 피해자가 엄연히 나타난 마당에 무슨 효과를 거뒀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끊이지 않는 공직사회 성비위 사태를 방관하다시피 하는 모습 속에서 여가부의 존재 의미는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여가부는 지금부터라도 서울시를 비롯한 공직사회 조직문화에 스며든 성차별과 폭력의 문제를 철저히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해 성평등 사회의 구현이라는 존립 목적을 지켜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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