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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직원 내보내고 혼자 버티는 자영업자… 알바 구직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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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자영업자 10만명 늘어… 직원 둔 자영업자는 17만명 감소

서울에 사는 대학생 김모(25)씨는 지난 3월 카페, 음식점 등 39곳에 아르바이트 지원서를 냈다가 모두 떨어졌다. 김씨는 "학원, 호텔 등에서 일한 경력이 많은데도 코로나 사태 이후 사장님들이 사람을 쓰려고 하지를 않더라"며 "대학 입학 후 지금처럼 '알바 가뭄'이 심각했던 적은 없었다"고 했다.

올해 코로나 충격으로 내수 침체가 심화하면서 20대들이 눈물겨운 '아르바이트 구직 전쟁'을 벌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 급등의 부작용으로 주당 근로시간이 길면서 근무 여건이 괜찮은 양질의 아르바이트 자리가 많이 사라진 상태에서 코로나 사태가 결정타를 날린 것이다. 상당수 자영업자는 올 들어 매출이 급감하자 있던 직원들을 내보내고 혼자서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조선일보

/자료=통계청, 그래픽=김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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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충격에 아르바이트 자리 급감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직원을 두고 영업하는 자영업자는 올 들어 급감하고 있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지난해에는 월평균 11만4000명 감소(전년 대비)했는데 올 들어서는 감소 폭이 17만6000명(1~7월 평균)으로 더 커졌다. 올해 감소폭은 지난해보다도 54% 증가했다.

반면 직원 없이 혼자 일하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월평균 8만1000명(전년 대비)이 늘었는데, 올해 들어서는 10만2000명으로 확대됐다. 직원을 두려는 사람은 급감하고, 직원 없이 일하는 사람만 늘다 보니 아르바이트 시장은 얼어붙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 닫는 가게도 속출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자영업자는 총 547만3000명으로 지난해 말보다 13만8000명 줄었다.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인 2009년 상반기(-20만4000명) 이후 11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최근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학생 83.3%(설문대상 2500여 명)는 "이번 여름방학 때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아무리 힘든 일이어도 감지덕지"

사정이 이렇다 보니 20대들은 조금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도 자리가 나면 어떻게든 잡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경기도 시흥에서 편의점을 하는 이모(62)씨는 "최근 주말 야간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를 올렸는데, 하루도 안 돼 3명에게서 연락이 왔다"며 "주말 야간 자리는 인기가 없어서 지난해만 해도 공고 올리고 이틀은 지나야 연락이 올까 말까였다"고 했다.

버는 돈에 비해 체력 소모가 극심한 '저효율 일자리'도 20대에게는 감지덕지다. 부산에 사는 공시생 A씨는 지난 6월 공무원 시험을 마친 뒤부터 가게 철거 등의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대형마트에서 고기와 생선을 나르고 판매하는 일도 틈틈이 한다. A씨는 "단기 용역 아르바이트 경쟁률이 수백 대1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음식점 서빙 같은 업무는 구하기도 어렵지만 근로 시간도 짧아서 손에 쥐는 돈은 쥐꼬리다. 대학생 김모(21)씨는 최근 스시집에서 서빙 일을 시작했는데, 손님이 몰리는 평일 점심시간(오전 11시 30분~오후 2시)만 근무한다. 주당 근로시간이 12시간 30분밖에 안 돼서 주휴수당도 받지 못한다. 그래도 김씨는 "일자리를 구한 것만도 다행"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중장년층 위주의 단순 공공 일자리만 늘릴 게 아니라, 아르바이트 기근에 허덕이는 청년들을 위해 파격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IT 기반 물류 창고나 비대면 원격 교육 등 신산업을 가로막는 규제를 풀어주는 등의 완전히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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