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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10조원 넘는 빅딜만 8건, 글로벌 M&A 시장 기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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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움츠렸던 기업들, 하반기 들어서자 "지금이 적기"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일본 세븐앤드아이홀딩스는 올해 초부터 진행해왔던 미국 편의점 3위 업체인 스피드웨이 인수를 지난 2일(현지 시각) 마무리했다. 인수 가격은 210억달러로, 코로나 사태 이전의 호가보다 10억달러 낮아졌다. 이번 M&A(인수·합병) 성공으로 미국에서 9000여개 편의점을 운영하는 1위 업체 세븐일레븐 미국법인은 4000여개 점포를 보유한 스피드웨이와 합쳐 2위와의 격차를 크게 벌리게 됐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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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에 코로나 사태로 닫히다시피 했던 글로벌 M&A 시장이 다시 열리고 있다. 세븐앤드아이홀딩스를 비롯해 지멘스, 셰브론 등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이 M&A에 뛰어든 것이다. 아직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지 않았는데도 M&A가 활성화되는 것은 선점 효과를 노린 기업들의 투자 때문이다. 글로벌 회계·컨설팅업체인 EY의 안드레아 구에르조니 글로벌 전략·재무자문부문(SaT) 부사장은 "폭풍이 오면 일반적으로 문을 걸어잠그고 지나가길 기다리지만, 위기 상황 속에서 과감한 결정을 내린 기업들은 그렇게 하지 않은 기업보다 장기적으로는 더 큰 이익을 누렸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는 글로벌 M&A의 암흑기였다. 코로나가 전 세계로 확산되자 글로벌 기업들은 M&A 계획을 접었다. 섣부른 투자보다 전열을 가다듬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글로벌 M&A 전문 분석업체 머저마켓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계 M&A 규모는 9015억달러(약 1070조원)로 작년 상반기 대비 52.7% 급락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상반기 이후 최저치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분위기는 급변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7월부터 현재까지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100억달러(11조원) 이상의 대형 M&A만 8건에 달한다. 상반기에 협상을 미뤘거나 중단했던 기업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예측되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달 13일 미국 반도체 업체 아날로그 디바이스(ADI)는 경쟁사인 맥심인터그레이티드를 21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빛·소리·온도 등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바꿔주는 '아날로그 반도체'를 생산하는 두 회사는 각각 업계에서 2, 7위였다. 이번 합병으로 ADI는 업계 1위 텍사스인스트루먼트와의 격차를 줄일 수 있게 됐다. 독일의 지멘스 헬시니어스는 미국 의료 장비업체인 베리언메디컬시스템스를 인수하는 데 164억달러를 투자했다. 미국 석유업체인 셰브론은 휴스턴에 본사를 둔 정유사 노블에너지를 5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고, 우버는 미국의 4위 음식 배달업체인 포스트메이츠를 26억달러에 사들였다.

아직 코로나 사태가 종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들이 과감한 결단에 나서는 이유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EY가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2008~2010년)에 단행된 기업 투자를 분석한 결과, 당시 위기 속에서 M&A 등 큰 투자를 한 기업들은 이후 10년간 총 주주수익률(TSR)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25%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TSR은 일정 기간 기업의 영업활동에 따라 주주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평가하는 지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로 경영난을 겪는 기업들이 싼값에 자산을 내놓고 있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큰 장이 들어설 수밖에 없다"며 "재무적으로 탄탄한 기업들은 그야말로 알짜 매물을 저렴하게 사들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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