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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2020 미국 대선

등판 하루만에 300억원 모금… '戰士' 해리스, 美 대선판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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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바이든·해리스 첫 합동 연설 대박

12일(현지 시각) 오후 4시 55분쯤,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한 고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민주당 대선 기금 모금 행사장에 장내 방송이 울려 퍼졌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환영해 주십시오."

민주당 대통령·부통령 후보가 처음 함께 등장하는 장면을 찍기 위해 1시간여 전부터 기다리던 언론사 카메라들이 일제히 무대 옆 출입구로 향했다. 그 순간, 무대 뒤에서 먼저 걸어나와 플래시 세례를 받은 사람은 대통령 후보인 바이든이 아니었다. 어깨 부분을 각진 모양으로 처리해 강인한 인상을 주는 푸른색 '파워슈트(power suit)' 바지 정장을 입은 해리스였다. 미국 최초의 흑인·아시아계 여성 부통령 후보로 전날 지명된 그를 향해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다.

조선일보

카멀라 해리스(왼쪽) 민주당 부통령 후보가 12일(현지 시각)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대선 기금 모금 행사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11월 대선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의 첫 공개 행사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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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연단에 오른 바이든은 "(다음 대통령 취임일인) 2021년 1월 20일 우리 모두는 해리스 상원의원이 오른손을 들고 미국에서 둘째로 높은 직위에 오르는 최초의 여성으로서 취임 선서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연설에 나선 해리스는 바이든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조, 당신이 (부통령으로 지명하겠다는) 전화를 걸었을 때 말한 것처럼 나는 이 책임을 지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고, 일을 시작할 준비가 돼있어요." 해리스는 무대 앞을 바라보며 재차 또박또박 말했다. "나는, 일을, 시작할, 준비가 돼있어요." 마치 해리스가 대통령에 출마한 듯한 모습이었다.

이런 해리스의 등장이 코로나 봉쇄 조치 등으로 지지부진하던 미국 대선판 자체를 뒤집어 놓은 모양새다. 이날 미국 언론의 톱 기사는 종일 해리스 지명과 첫 유세 등장으로 채워졌다.

바이든 캠프는 해리스 지명 24시간 만에 2600만달러(약 308억원)를 모금했고, 이는 이전 하루 모금 기록의 2배라고 더힐은 보도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공보국장 출신으로 공화당 분위기를 잘 아는 정치평론가 니콜 월리스는 MSNBC 인터뷰에서 "이것(해리스)은 그들(트럼프 캠프)이 가장 두려워하는 선택이었다"고 했다. "그들은 해리스가 (작년 의회 청문회 때) 윌리엄 바 법무장관을 추궁했던 일을 거론하며, 해리스가 펜스(부통령)를 껌처럼 씹은 뒤 뱉어버릴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폴리티코는 민주당 관계자를 인용해 "조(바이든)는 큰 무대의 밝은 조명 아래서도 누군가를 생선처럼 내장까지 발라버릴 수 있는 사람을 원했고, 해리스는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아주 잘 증명했다"며 "이제 펜스 차례다"라고 했다.

이날 첫 연설에서 해리스는 이런 '전사(戰士)'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검사 출신인 그는 "법정에서 수많은 변론을 해본 사람으로서 말하건대 트럼프와 펜스가 저지른 사건은 간단 명료하다"며 "160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수백만명의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며, (코로나 사망자) 16만5000여명의 생명이 단축됐다"고 했다.

해리스는 "대통령직에 맞지 않는 사람을 뽑아 미국은 누더기로 전락하고 있다"며 트럼프를 직격했다. 그는 "미국은 리더십을 찾기 위해 울부짖고 있다"며 "83일만 있으면 도널드 트럼프와 마이크 펜스의 실패한 정부를 감내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바이든은 "트럼프와 펜스가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은 것을 바로잡고, 해리스와 함께 미국을 재건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캠프는 아직 해리스를 어떻게 상대할지 감을 잡지 못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리스를 "극좌파"라고 규정하려 했지만, 대표적 보수 매체인 폭스뉴스의 앵커 크리스 월리스조차 "해리스는 그렇게까지 좌파는 아니다"라고 했다.

NBC와 월스트리트 저널 등은 월가가 중도좌파에 해당하는 해리스의 등장을 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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