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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발성, 표현력, 강심장…양희준·김수하, 차기작 무대도 환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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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 김수하 <어쩌면 해피엔딩> 양희준

<외쳐 조선>으로 주목받은 흥 넘치는 신인들

‘미미’와 ‘올리버’로 차기작서 다시 한번 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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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렌트>로 주목받는 김수하.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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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주목받는 양희준.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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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한 세상을 꿈꾸던 조선의 이야기로 화제를 모았던 두 사람이 요즘 또 한번 무대를 흔들고 있다. 지난해 6~8월 선보인 창작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으로 나란히 국내 뮤지컬에 데뷔해 주목받은 김수하와 양희준이다. <외쳐 조선>에서 ‘진’을 맡았던 김수하는 대극장 라이선스 뮤지컬 <렌트>(8월23일까지)에서 ‘미미’로, ‘단’의 양희준은 중·소극장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9월13일까지)에서 ‘올리버’로 열연 중이다.

<외쳐 조선> 이후 두 사람의 행보는 뮤지컬계의 관심사였다. 당시 오랜만에 흥 넘치는 신인들이 나타나 업계에 생기를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같은 작품에 출연한 이들이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나란히 남녀 신인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뮤지컬 배우로 확실하게 안착하려면 차기작이 성공해야 한다며 두고 보자는 시선이 많았다. “그런 시선과 기대를 모르지 않아서 더 잘하고 싶었다”는 두 사람은 보란 듯이 필모그래피에 대표작을 하나 더 새겨 넣었다. 두 작품 만에 우뚝 선 둘을 지난달 22일과 27일 서울 강남과 대학로에서 각각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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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렌트> 당찬 여성 미미 김수하. 신시컴퍼니 제공


둘은 <외쳐 조선>의 이미지를 가져가면서도 숨겨뒀던 ‘새 얼굴’을 하나씩 끄집어냈다. 김수하는 당찼던 ‘진’에서 한발 더 나아가 더 당당하고 섹시한, 도발적인 매력을 더했고, 양희준은 정의로운 ‘단’에 풋풋함과 순수함을 얹었다. <렌트>에서 ‘미미’는 마약 중독에 에이즈를 앓는 클럽 댄서로, 언제 죽을지 모르지만 오늘을 열심히 살아내는 강인한 인물이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올리버’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사람을 돕도록 설계된 헬퍼봇이다. 새로운 버전이 등장하면서 구모델이 되어 버려졌지만, 돌아올 거라는 주인의 약속을 믿고 기다린다.

<렌트>는 한국 공연 20돌이 됐고, <어쩌면 해피엔딩>은 2016년, 2018년에 이어 세번째 공연이다. ‘올리버’의 정문성 등 그 배역의 터줏대감이 된 선배들이 있다. 그런 그들과 이번에도 번갈아 무대에 섰지만 따라 하지 않고 자신만의 매력을 담아 관객을 끌어들였다. 양희준은 “기존에 잡아놓은 로봇의 틀을 모방하면서 저의 움직임을 찾아갔다”고 말했다. “문성 형은 촘촘하고 아기자기하게, (전)성우 형은 효율적으로 움직이는데 전 동작을 더 크게 했어요. 제가 덩치가 커서 형들이 표현하는 사랑스러움이 잘 안 나오거든요. 하하하.”(양희준) 김수하와 함께 ‘미미’를 연기하는 아이비는 데뷔 10년이다. 김수하는 “언니(아이비)는 연륜, 나는 열정”이라며 “언니의 섹시함을 따라갈 수 없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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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해피엔딩> 로봇 올리버 양희준. 씨제이이앤엠 제공


겸손해하지만 둘 다 발성이 좋고 복잡미묘한 심리 표현을 특히 잘해낸다. 김수하는 1막에서 도발적이고 강단 있는 모습과 2막에서 ‘로저’와 이별하고 ‘엔젤’을 잃은 슬픔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의 대비가 명확하다. “1막에서 생각이 확고하고 발랄한 ‘미미’의 모습이 확실하게 보이지 않으면 그 뒤의 모습들도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해 그 변화를 보여주는 데 특히 신경 썼어요.”(김수하) 양희준은 웃고 있어도 슬퍼 보이는 ‘올리버’의 내면을 눈빛 속에 담아낸다. 목소리 톤, 팔 각도 등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 쓰며 누군가와 늘 소통하려 하고 배려하는 로봇을 완성해냈다. 양희준은 “평소 노래를 지르면서 하는데 이 작품은 아끼듯이 해야 한다. 적절한 음역을 절제하면서 부르는 연습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양희준은 2017년 연극에 출연했지만 뮤지컬은 <외쳐 조선>이 처음이다. ‘한국 뮤지컬’ 데뷔 기준으로 1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이름 석자를 알린 데는 두 사람 특유의 강심장도 한몫을 톡톡히 했다. 둘 다 별로 겁이 없다. 김수하는 2015년부터 4년간 영국 웨스트엔드 뮤지컬인 <미스 사이공>에서 ‘킴’ 역의 커버(대체 배우)로 공연계에 발을 디뎠다. 한국 배우가 영국 무대에 선 것은 홍광호 이후 두번째다. 일본 <미스 사이공> 오디션을 보러 갔다가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영국 제작사의 제안을 받았다. 일본어도 영어도 전혀 못하는 상황에서 “떨어지면 어때. 떨어지는 게 당연하지” 하는 생각으로 무작정 간 것이다. 영어 대사를 억양까지 체크하며 노력했고 긴 대사를 빠르게 내뱉는 장면을 보고 동료 배우가 놀랄 정도로 완벽하게 소화했다. 덕분에 그는 한달 만에 대체 배우가 아닌 메인 배우로 ‘킴’ 역을 맡아 웨스트엔드 무대에 4년간 올랐다. 양희준도 대선배인 전미도와 연인으로 호흡을 맞추면서도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제 몫을 잘해내는 게 중요하니까요. 부담이 없어야 잘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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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한국 뮤지컬 데뷔작인 <외쳐 조선> 속 흥 넘치던 단과 진의 모습. 피엘엔터테인먼트 제공


화려한 조명만을 따라가지 않고 뮤지컬 배우로서 본질을 잃지 않는다는 점도 같다. 김수하는 세계 4대 뮤지컬인 <미스 사이공> 속의 ‘킴’이 오히려 답답했다고 한다. “왜 동양 여자는 늘 조신하게 무릎 꿇고 있어야 하나 이해가 안 갔어요. 30년 전 작품이고 시대적 배경과 상황, 당시 백인의 시선에 가둬둔 이미지이기는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있잖아요. 경찰 마스코트 ‘포순이’도 바지로 갈아입은 시대에 더 앞선, 당찬 여성을 연기하고 싶어요.” 양희준은 <외쳐 조선> 이후 수많은 작품에서 제안이 왔지만 “코로나19 시대에 따뜻함을 주고 싶어” 이 작품을 선택했다.

두 사람은 쌍꺼풀 없는 눈에 도화지 같은 선한 얼굴이 매력적이다. 어떤 배역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며 새로운 인물이 된다. 그 도화지에 또 어떤 인물이 담길까. “홍광호 선배와 함께 출연하고 싶다” “최정원 선배처럼 무슨 배역이라도 다 소화하고 싶다”며 두 눈을 반짝였지만, “그러려면 연기의 기본을 더 채워야 한다”며 집요하게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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