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현지시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열린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 현장에서 연방요원들로부터 시위대를 보호하겠다며 나선 이들이 팔짱을 끼고 ‘엄마들의 벽’을 만들고 있다. 포틀랜드|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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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엄마들’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의 키워드로 떠올랐다. 미투 운동, 총기사용 규제, 인종차별 반대 등의 사회 이슈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여성들이 코로나19 돌봄 위기를 겪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공동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1996년 교육에 열성적인 ‘사커 맘(방과 후 아이의 축구연습을 지켜보는 엄마)’을 공략했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 9·11테러 이후 ‘시큐리티 맘(안보에 관심을 가진 엄마)’의 지지를 받아 2004년 재선에 성공했던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전 대통령 때처럼 2020년 대선에서는 ‘레이지 맘(분노한 엄마들)’의 표심이 중요해졌다”고 보도했다.
‘분노한 엄마들’의 활동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든다. 지난 6월 카이저재단 여론조사를 보면, 최근 2년 동안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이 시위에 참여한 비율은 남성의 2배에 달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부실 대처, 흑인 조치 플로이드의 사망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시위 등이 겹쳐지면서 엄마들의 정치참여는 더 두드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부실대처 등으로 아이들의 등교방침에 혼란이 빚어지면서 엄마들의 분노는 더 커졌다.
애리조나주 글랜데일에서 회계보조원으로 일하는 세 아이 엄마 킴 로페즈는 NYT에 “인종차별 문제 뿐 아니라 교육·돌봄 공백을 만든 트럼프 행정부에 반기를 들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고 했다. 지난달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인종차별 반대 시위 현장에서 여성들은 ‘엄마들의 벽’을 형성해 연방 요원들로부터 시위대를 지켰다. 온라인상에서도 ‘분노한 엄마들’은 정치활동을 조직하고 있다. 페이스북에는 ‘트럼프에 반대하는 가정주부 모임’, 민주당 여성 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를 지키기 위한 ‘작전실’,‘엄마처럼투표하라’ 등의 그룹이 조직됐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도시의 고학력 여성’과 ‘교외의 착한 가정주부’를 대립시키는 ‘분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교외 전업주부’는 미국 인구의 약 4%에 불과하다. 지난 6월 미 공영방송 NPR여론조사를 보면, 전업주부의 66%가 트럼프 대통령 행보에 반대하고 있다. NYT는 그동안 주로 민주당 지지 여성들이 내오던 ‘교육·돌봄’에 대한 목소리가 초당적 이슈가 되고 있다고 했다. 다트머스대학 역사학자 아넬리스 올렉은 “적어도 지난 30년간 여성들이 결집해 정치적 목소리를 낸 적은 없었다”면서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지역, 인종, 연령과 상관없이 모든 여성들이 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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