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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겨우 숨통 트이나 싶었는데…” 자영업자들, 코로나 여파에 또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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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사랑제일교회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7일 정오 기준 315명을 넘어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18일 경기 김포시 장기동 한 상가 거리로 너무 한산한 모습이다.2020.8.18/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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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의 한 PC방.

손님이 없는 PC방에서 사장 박재영 씨(40)가 키보드를 닦고 있었다. 정부는 이날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PC방과 노래방, 뷔페 등 12개 고위험시설에 운영 중단 명령을 내렸다. 박 씨가 꾸려온 PC방 역시 문을 닫았다.

박 씨는 “자꾸만 가게가 눈에 밟혀 도저히 집에 있을 수 없어서 나와 청소라도 하는 것”이라며 “갑작스럽게 문을 닫아 심란하고 절망스럽다”고 했다. 박 씨는 18일 고객들에게 PC방에서 팔던 냉동식품을 모두 공짜로 나눠줬다. 어차피 유통기간이 지나면 폐기 처분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박 씨는 “30일까지로 정해진 영업 정지 기간이 만약 더 늘어나면 폐업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2차 팬데믹(대유행) 조짐이 보이자 상반기에 큰 어려움을 겪었던 자영업자들이 또 한번 수렁에 빠지고 있다. 최근에야 겨우 코로나19의 굴레에서 벗어나나 싶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다시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종로구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A 씨(56·여)도 영업 정지를 하루 앞둔 18일 부랴부랴 가게를 정리하는 와중에 한숨만 나왔다고 한다. A 씨는 “아주 조금씩 손님들이 늘어나 그나마 숨통이 트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영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구청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맥이 탁 풀렸다”며 “그동안 QR코드 검사와 소독을 철저히 했는데 모든 게 허사가 됐다”고 말했다.

갑작스레 영업을 멈춘 자영업자들은 벌써부터 임대료와 관리비 걱정이 앞선다. 인천의 한 PC방 사장인 B씨는 “매달 대출 상환금액만 수백만원에 이른다”며 “개업 반 년 만에 코로나19가 터져 빚만 늘어났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는 직원 6명도 당장 생계 걱정을 해야 하는 처지다.

12개 고위험시설에 들지 않은 자영업자들도 상황은 녹록치 않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인근에서 복권판매점을 운영하는 이모 씨(56·여)는 “혹시라도 내가 감염이 됐다가 가족에게라도 옮길까봐 너무 불안하다. 그렇다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처지에 문을 닫을 수도 없다”고 했다. 종로구의 한 카페주인인 C 씨는 “6, 7월에 매출이 그나마 올랐다가 최근 수도권 카페에서 집단감염이 나오면서 매출이 상반기보다 더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군 장병들의 휴가가 3개월 만에 다시 통제되자 이들을 대상으로 장사하던 인근 지역 자영업자들의 시름도 깊어졌다. 장병들의 소비가 매출의 대다수를 차지했던 이들은 이미 2월 약 두 달 동안 타격을 입은 상태였다. 강원 양구군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45)는 “장병은 물론 여름철 휴가객들 발길도 끊겼다. 양구에서 열리던 운동대회들도 취소돼 관련 손님들도 오질 않는다”며 “국가가 있어야 개인이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지만, 다들 버티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재확산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게 뻔한 상황이라 자영업자들은 한마디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두 번 맞는 처지”라며 “올해 상반기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했던 지원 정책을 다시 도입하는 등 적극적인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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