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라웨어주 윌밍턴 르포]
바이든 지지자는 없고 트럼프 지지자들이 현장을 둘러싸.
10여대의 전광판 방송 트럭 세워놓고 쉴새 없이 비방방송
20일(현지시각)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체이스 센터 앞.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후보수락 연설을 하는 이곳 주변엔 트럼프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바이든은 성추행범" 등 구호를 외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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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에스 에이(USA·미국), 유 에스 에이!”
미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날인 20일(현지시각) 낮, 델라웨어주(州) 윌밍턴 체이스센터 앞.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민 10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미국! 미국!”을 외쳤다. 이날 이곳에선 민주당 대선후보로 지명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후보수락 연설이 열린다.
당연히 바이든 전 대통령의 지지자일 것같지만,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지지자들이다. 이날 바이든 전 부통령의 후보 수락 현장엔 민주당 지지자들은 없고 트럼프 대통령의 지자자들만 모여들었다. 이들은 ‘바이든은 인종차별주의자’ ‘바이든은 성추행범’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트럼프에게 4년 더!”를 외쳤다. 한 남성은 밑도 끝도 없이 “바이든은 아동 성추행범”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날 바이든의 후보 수락연설 현장 주변엔 약 2m가 넘는 철제 펜스가 쳐졌고,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 코로나 감염 가능성으로 취재를 허가받은 극소수의 미국 언론사와 민주당 관계자들을 제외하고는 수락연설 현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대부분 마스크도 쓰지 않은채 이곳에 모였고, 전당대회 생중계를 위해 체이스 센터 인근에 천막을 친 방송사 앞을 장악했다. 방송사들이 생중계를 하면 배경으로 민주당 전당대회장이 아닌 트럼프 지지자들이 나오게 생긴 것이다. 방송사 스태프들도 난감한 표정을 짓고 앉아있었다.
20일(현지시각)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체이스 센터 앞.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후보수락 연설을 하는 이곳 주변엔 트럼프 지지자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방송사 생중계 천막 앞에 진을 치고 "트럼프 4년 더"를 외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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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대규모 스크린을 단 트럭 10여대를 수락연설 현장 입구에 세워놓고 ‘소름끼치는 조 바이든(Creepy Joe Biden)’ 등이 쓰여진 방송을 계속 틀었다. 이들은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는 바이든이 인종차별주의자이면서 타라 리드에게 성폭력을 가했다고 생각한다”는 등이 비방 방송도 계속했다. 타라리드는 바이든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바이든의 전 보좌진이다.
인근 메릴랜드주에서 올라왔다는 67세의 바버라씨는 “바이든이 되면 종교의 자유가 위협받을 것”이라며 “우리 모두는 전국 각지에서 자발적으로 모였다. 온라인을 통해 함께 모인 것”이라고 했다. 함께 온 하워드 캘리씨는 “바이든의 부정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바이든의 아들인 헌터 바이든과 관련된 각종 부패의혹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을 ‘배런’이라고 밝힌 윌밍턴에 사는 40대의 남성은 “미국이 자유의 나라지만, 그래도 바이든이 후보 수락연설을 하는데 너무한 것아니냐”며 “이렇게 하니 트럼프를 더욱 찍을 수 없다”고 화를 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민주당 대선후보 수락연설 현장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끌고온 10여대의 방송차량이 쉴새없이 바이든을 비방하는 동영상을 틀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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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도 이날 바이든의 고향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 바로 옆의 올드포지를 방문해 바이든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바이든은 펜실베이니아의 친구가 아니다. 그는 여러분의 최악의 악몽”이라며 “바이든은 지난 반세기 동안 워싱턴에서 우리나라를 팔아먹고 우리의 일자리를 벗겨 먹고 다른 나라들이 우리의 일자리를 훔치도록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고했다.
그는 또 “바이든의 집권 하에서의 삶을 상상하고 싶다면, 미니애폴리스의 불타는 폐허와 포틀랜드의 격렬한 무정부 상태, 그리고 피로 물든 시카고의 거리가 미국 모든 도시와 마을로 퍼진다고 상상해 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이 후보수락 연설을 하는 오후 9시에 맞춰 폭스뉴스 인터뷰를 가질 예정이다. 바이든에 쏠리는 관심을 분산시키려는 시도인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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