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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동아시아 영토·영해 분쟁

'침입'이냐 '침범'이냐…센카쿠 분쟁 가운데 日 정치권의 용어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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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中 선박 센카쿠 진입은 주권침해…침범으로 불러야”

日 정부, “국제법상 침입으로 표현”

일본 정치권에서 중국 선박의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 진입을 ‘침입’이 아닌 주권침해를 뜻하는 ‘침범’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용어 재정립을 통해 분쟁 지역에서 정부의 강한 대응을 주문하겠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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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일본·대만이 모두 자기 영토로 주장하는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를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P-3C 초계기가 비행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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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최근 센카쿠 열도에서 중국 선박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것과 맞물려 자민당에서 이 같은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현재 연안국 선박이 영해에 들어오는 것을 무해통항권(無害通航權) 등 국제관례에 따라 '침입'으로 표현한다. 무행통항권은 타국의 선박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영해를 통항할 수 있는 권리로 유엔 해양법조약 17조에 명시돼있다. 국제법을 준수하는 차원에서 이 지역 중국 어선의 진입을 아직은 침입으로 불러야 한다는 게 일본 정부의 입장이다.

그런데 지난달 중국 선박이 센카쿠 열도 인근에 자주 출몰하고 영해로도 들어오면서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양상이다. 7월 초 중국 공선(정부 선박)이 30시간 넘게 일본 영해를 항해하며 일본 어선에 접근한 데 이어 같은 달 17일에는 중국 공선 4척이 다시 영해에 들어왔다. 일각에선 센카쿠 열도에서 중·일이 직접 충돌한 2010년과 2012년 상황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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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중국과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센카쿠 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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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자민당에선 중국 선박의 센카쿠 열도 진입을 '침범'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침범은 주권침해를 전제로 하고 있어 침입보다 수위 높은 용어다.

호소노 고시(細野豪志) 자민당 의원은 최근 트위터에 “정부가 영해 침입이라는 말을 그만두고 영해 침범이라고 말해야 한다”며 “공선이 타국 영해에 오는 것은 공권력을 행사하기 위한 것”이라고 썼다. 자민당 ‘일본의 존엄과 국익을 지키는 모임’의 야마다 히로시(山田宏) 의원도 “중국 공선의 움직임은 분명히 영해를 침범하고 있다”고 말했다.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면서 일본 정부가 집권 여당의 입장을 마냥 무시하긴 힘들다는 관측도 나온다. 고노 다로(河野太郎) 방위상은 지난 4월 “해상 보안청은 센카쿠 주변의 영해 침범에 대해서 확실히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말한 후 영해 침범을 영해 침입으로 정정한 적이 있다. 당시 고노 방위상의 발언에 정부의 고심이 담겨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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