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구진, 초소형 충돌회피 장치 개발
메뚜기의 뉴런을 모방한 초소형 충돌회피장치가 개발됐다. 유펜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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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뚜기들은 종종 수백만~수천만마리씩 떼를 지어 날아다니며 농작물을 갉아먹는 피해를 입힌다. 올해도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아프리카 여러나라와 인도, 브라질 등에서 메뚜기떼가 농작물에 큰 피해를 입혔다. 이 거대한 메뚜기 무리는 수백만마리가 오밀조밀 모여 군집비행을 하면서도 서로 충돌하지 않고 비행한다.
미국 유펜대 연구진이 메뚜기의 이런 능력을 모방한 초소형 저전력 충돌 회피장치를 개발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더 다듬으면 향후 로봇이나 드론, 자율주행차 운영 시스템에 두루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대학 샙타시 다스 교수(기계공학)는 24일 과학저널 `네이처 일렉트로닉스'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곤충의 시각 기관이 비행 중 충돌을 방지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건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우리는 메뚜기한테서 독특한 점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이 발견한 건 메뚜기들이 서로 충돌을 피하는 데 쓰는 특별한 뉴런 ‘LGMD’(Lobula Giant Movement Detector)이다.
메뚜기들은 수백만마리가 군집비행을 하면서도 서로 부딪치지 않는다. 픽사베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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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몇초 안에 방향 바꿔 충돌 회피
메뚜기 뉴런은 두 가지 유형의 신호를 수신한다. 하나는 근접해 오는 메뚜기의 이미지다. 다른 메뚜기가 자신한테 가까워질수록 이미지의 크기는 커지고 신호도 강해진다. 다른 하나는 상대방 메뚜기의 각속도, 즉 회전하는 속도의 변화다. 연구진은 "메뚜기는 두 개의 뉴런 가닥으로 이 두 가지 수신 신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계산해서 충돌하는 물체를 인식하고, 방향을 바꿔 충돌을 피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시속 3~5km의 속도로 이동하는 메뚜기들은 이 뉴런을 이용해 힘들이지 않고 수백밀리초, 즉 0.몇초 안에 방향을 바꿔 서로 부딪치지 않는다. 이렇게 빠른 반응 시간과 적은 에너지 소비량을 구현할 수 있는 기기를 만들 수 있다면 자율주행차를 비롯한 자동 이동 장치에서 커다란 혁신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연구진의 개발 의도였다.
연구진은 메뚜기의 특별한 능력을 기계장치로 구현하기 위해 0.001~0.005mm 크기의 단층 황화 몰리브덴을 광센서로 쓰는 초소형 충돌 감지장치를 개발했다. 이 광센서는 아주 적은 양의 에너지만으로 메뚜기의 뉴런 반응을 흉내낼 수 있는 메모리장치 위에 배치했다.
광센서는 흥분신호(excitatory signal)인 물체가 다가오면 이에 반응해 소자의 전류를 증가시키고, 그 아래의 메모리장치는 억제신호(inhibitory signal)로서 전류를 감소시킨다. 물체가 다가오면 흥분신호가 억제 신호에 닿으면서 전류에 변화가 일어나 메뚜기의 뉴런에서와 같은 회피반응을 유발한다. 이런 단층 광센서를 다중 센서로 만들어 쓰면 3차원 공간에서 충돌을 회피할 수 있는 장치가 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저렴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초소형 충돌회피 시스템 개발을 향한 도약대"라고 자평했다. 연구진은 또 메뚜기는 다른 메뚜기와의 충돌만 피할 수 있지만 연구진이 개발한 것은 다양한 속도로 다가오는 다양한 물체와의 충돌을 피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연구에선 직선으로 다가오는 물체에 대해서만 시험을 했다. 연구진은 모든 상황을 시험할 수는 없기 때문에 수치모델을 개발해 이를 대신했다고 설명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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