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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퇴근길 한잔' 사라진 오피스상권…자영업자 '곡소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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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광화문 일대 돌아보니…"솔직히 죽고 싶은 심정"

'오픈빨'도 속수무책…"편의점 밤늦도록 운영" 형평지적도

뉴스1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오피스타운 인근 식당·주점가가 한산하다. © 뉴스1 이밝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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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혜림 기자,이밝음 기자 = "지금은 장사하는 사람이 제일 불쌍해"

정부가 수도권을 대상으로 이른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적용한 뒤 처음으로 맞는 월요일(31일) 퇴근길. 서울 종로구 오피스타운 인근에서 만난 치킨집 주인 정모씨(50)는 풀 죽은 목소리로 한마디를 내뱉었다.

정씨는 "2.5단계로 올리기 전 코로나 확산 때에도 장사가 안 됐는데 이제 (오후) 9시까지만 할 수 있으니 그냥 문 닫고 들어가야 할 판"이라며 "직장 없는 사람은 돈 나갈 게 많지 않은데 우리(자영업자)는 월세 나가고 인건비 나가고 (수입 없이) 그대로 까먹기만 하는 신세"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전 직장인들로 붐볐던 그의 매장은 이날 텅 빈 채 파리만 날리고 있었다.

평일 직장인 단골들을 당분간 잃게 된 서울 오피스타운 음식점·주점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 강경 방침에 서울 도심 속 '퇴근길 한 잔'의 풍경마저도 사실상 사라지면서다.

앞서 정부는 지난 30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이른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적용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 음식점·주점 등은 오후 9시까지만 매장 내 손님을 받을 수 있고 오후 9시~다음날 오전 5시까지는 포장·배달만 가능하다.

이 조치로 포장·배달 주문이 거의 없는 오피스타운 인근 음식점·주점은 사실상 직격탄을 맞았다. <뉴스1>이 이날 둘러 본 종로구·광화문 빌딩숲 인근 식당거리는 황량했다. 손님은 거의 없었고 행인만 오갔다.

유명인이 운영하는 대형 프랜차이즈 식당에도,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에도 서너 테이블 채운 게 고작이었다. 하릴없는 가게 직원들은 스마트폰 화면만 만지작거렸다. 매장 안에서 팔짱을 끼고 멍하니 있거나 바깥으로 나와 담배만 뻐금뻐금 피는 모습도 보였다.

적어도 두세달은 간다는 이른바 '오픈빨'(개점 초기 손님이 몰리는 현상)도 코로나19와 이번 조치에 속수무책이었다. 이달 종로구 오피스타운 인근에 점포를 낸 한 주점의 이모 점장(41)은 "지난 5일 오픈했는데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며 "어제(30일) 손님은 고작 4명이었고 매출은 10만원 미만이었다"고 하소연했다.

이번 여파로 고육지책에 나선 곳도 등장했다. 저녁장사만 하던 종로구 한 횟집은 최근 점심장사도 시작했다. 어떻게든 수입을 늘리기 위해서다.

대다수 점주들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잠시멈춤'은 수긍한다면서도 불투명한 미래를 우려했다. 광화문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모든 사람이 동참하는데 우리도 참여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이번 조치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생각을 되뇌곤 있지만 희망은 사실 크지 않다"고 했다.

한발 더 나아가 극단적 반응까지도 나왔다. 종로구 인근에서 펍을 운영하는 B씨는 "2.5단계 이후 손님이 아예 없다"며 "(솔직히) 죽고 싶을 정도"라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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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9시30분께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편의점에서 시민들이 술을 먹고 있다. © 뉴스1 김근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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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사각지대'로 꼽히는 편의점에 대한 점주들의 볼멘소리도 있었다. 서울 중구 소재 점주 C씨는 "우리가 오후 9시에 문닫아도 편의점에서는 밤 늦게까지 술 한잔할 수 있다는 보도를 봤다"며 "형평성에 안 맞는 것 아니냐"고 했다.

2.5단계 격상 첫날인 지난 30일 서울 홍대 인근에서는 '2차'로 편의점을 찾는 시민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첫 출근인 이날 주점 실내 운영 종료 후 오후 10시쯤 종로구·광화문역 오피스타운 인근도 마찬가지였다.

야외 테이블이 마련된 편의점 5곳 중 4곳에서는 과자 안주에 맥주 한잔을 기울이는 그룹이 속속 포착됐다. 다만 야외 테이블은 1~2개 정도만 깔아 정부 조치와 언론의 우려 보도를 일부 의식한 듯 했다.

자영업자들은 생존을 위한 정부 지원이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식당 점주 A씨는 "이번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 이후 더 힘들어졌다"며 "임대료·인건비 같은 운영 지원금이나 국민 재난지원금 등이 하루빨리 지원되지 않으면 문 닫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관련 자영업자 등 지원과 관련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해소할 대책을 마련 중"이라며 "추가적으로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더 피해가 올 것에 대비해 정부가 좀 더 추가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부처간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suhhyerim77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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