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신문은 1일 자민당의 7파벌 중 기시다파(47명), 이시바파(19명)를 제외한 모든 파벌이 스가를 지지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스가 지지를 결정한 호소다·다케시타·아소·니카이·이시하라파 소속 의원은 264명. 이와 별도로 무파벌 소장파 그룹 30여 명도 스가 지지를 결의했다. 투표에 참여하는 394명의 자민당 의원 중 300 명에 육박하는 의원들이 스가 지지를 표명한 것이다.
자민당 지도부가 이날 열린 총무회의에서 당원 투표를 제외한 ‘간이 총재 선거’를 결정한 것도 ‘스가 총리’ 탄생을 돕고 있다. 이 회의에서 주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을 지지하는 소장파 의원들은 의원 투표뿐 아니라 당원 투표까지 반영하는 정식 선거를 주장했다. 이시바는 2012년 총재 선거에서 당원 투표에선 아베를 눌렀을 정도로 지방 당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는 올해 들어 실시된 모든 여론조사에서도 8개월간 차기 총리 선호도 1위를 기록했다. 아베의 사임 발표 이후의 긴급 조사에서도 34.3%(교도통신), 28%(니혼게이자이신문)로 2위와는 큰 차이가 났다. 일본 국민 민심에 가까운 당원 투표가 시행되면 이시바가 차기 총리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 등은 아베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인한 이번 선거가 당헌에 규정된 ‘긴급 상황’이라며 간이 선거를 밀어붙였다. 니카이 간사장은 “아베 총리 건강상태를 감안하면 하루빨리 후임 총재를 결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결정에 따라 차기 총리가 될 자민당 총재는 오는 14일 양원(兩院) 총회에서 중·참의원 의원 394명과 47광역자치단체의 대표 141명 등 총 535명의 투표로 선출되게 됐다.
‘스가 총리’ 유력설이 퍼지면서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일본 매체는 ‘스가 총리 탄생’ 등의 제목을 단 기사에서 그의 성장 배경, 가족관계, 정책 등을 집중 분석해 전하고 있다.
그러나 자민당의 몇몇 파벌이 모여서 차기 총리가 될 총재를 사실상 내정하고, 정식 선거를 회피하는 것은 일본 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준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 여론과는 상관없이 ‘아베 정책 계승’ 과 자민당의 영구 집권을 위해 뭉치는 것은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이대로 진행되면 총재 선거 결과는 사실상 결정이 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한편, 자민당은 14일 총재 선거에 이어 오는 16일 총리를 선출하기로 했다. 신임 총리는 내년 10월까지 아베의 남은 임기를 수행하는데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중의원을 해산, 총선을 실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도쿄=이하원 특파원
[도쿄=이하원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