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두 달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건강이상설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웨스트포인트 졸업식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이 물컵을 두 손으로 들고 마시는가 하면(왼쪽 사진), 계단을 매우 천천히 걸어내려가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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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끝날 줄을 모른다. 이제 그들은 내가 경미한 뇌졸중으로 월터 리드 병원에 갔다고 주장하려고 애쓴다”라며 “이 후보(트럼프 대통령 본인)에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가짜 뉴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쩌면 다른 당의 다른 후보(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화살을 바이든 후보에게로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버럭’하고 나선 것은 그의 건강이상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곧 발간될 예정인 마이클 슈미트 뉴욕타임스 기자의 신간이 최근 공개됐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내용이 ‘건강이상설’의 발단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병원을 찾아 건강 검진을 받을 당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임시 대통령직을 맡을 수 있도록 대기상태에 있었다”는 것이 골자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립 군 병원인 월터 리드 의료센터에서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왔는데, 예정에 없던 지난해 11월16일 이 병원을 갑자기 방문해 의구심이 증폭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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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내용이 정확하다면, 펜스 부통령이 권한대행을 준비할 정도로 비상상황이었다는 의미다. CNN방송에서 정치평론가로 활동하는 조 록하트는 전날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들에게 숨기고 있는 뇌졸중 발병 사실이 있었나”라는 글을 올리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빌 클린턴 대통령 재임 시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민주당 계열 인사인 록하트는 이어 “이 질문은 슈미트 기자의 책 내용을 근거로 하는 것”이라며 “잘못된 정보를 퍼트리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공세적 의혹 제기’에 발끈해 올린 것이 “절대 일어나지 않은 일. 가짜 뉴스”라는 트윗이었다.
백악관도 가세했다. 대통령 주치의인 숀 코리는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뇌졸중을 앓거나 다른 심각한 건강 문제를 겪지 않았으며 직무 수행에 문제 없을 정도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뉴욕타임스 기자 신간의 또 다른 주인공인 펜스 부통령은 일단 책의 내용을 부인하면서도 알쏭달쏭한 뉘앙스를 남겼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1월 직무 인수 대기 상태에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 “대기하라는 말을 들은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미국의 부통령이라면 늘 대기 상태에 있었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항상 대통령의 움직임에 관한 보고를 받고 있는데 그날 특이했던 점은 전혀 없었다”면서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놀랍도록 좋다는 것을 미국인들은 확신해도 좋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재차 “마이크 펜스는 절대로 대기 상태에 있지 않았다. 경미한 뇌졸중도 절대 없었다. 매년하는 정기검진이었다”라는 트윗을 올렸다.
만 74세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에도 건강이상설·뇌졸중설 등이 떠돌았다. 미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 졸업식에 참석한 그는 당시 행사에서 물컵을 든 한 손으로 물을 마시지 못해 두 손을 쓰는가 하면, 계단을 매우 천천히 걸어내려가는 모습을 보여 의혹을 낳았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에는 #아픈_트럼프, #트럼프_뇌졸중 같은 해시태그가 붙은 해당 동영상 게시물이 공유되기도 했다.
건강이상설은 트럼프만의 문제도 아니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보다도 4살이 많은 ‘역대급’ 고령 대통령 후보인 까닭에,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로부터
건강 문제로 공격을 받아왔다. 경륜있는 정치인치고 말실수가 잦은 편인 바이든 후보를 향해 “치매에 걸렸다”거나 “정신건강에 문제 있는 사람”이라며 공격하는 식이었다.
결국 70대끼리의 고령자 대결로 대선 구도가 형성된 이상, 상대방의 건강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네거티브 공세는 두 후보 모두 피하기 어려워보인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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