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대세론 속 새 내각에서 요직 차지하려 공개적 '충성맹세'
'일본 총리 예약' 스가를 향한 손 |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차기 일본 총리로 유력해지자 정치권이 앞다퉈 줄서기를 하고 있다.
일찌감치 스가 지지 입장을 정해 선수를 친 니카이파에 대해 다른 파벌이 따돌리기를 시도하는 등 신경전까지 벌어지는 양상이다.
집권 자민당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국회의원 98명), 공동 2위 파벌인 아소파(54명)와 다케시타파(54명) 등 3개 파벌 회장이 2일 일본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사실상 차기 총리를 결정하는 총재 선거에서 스가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스가 지지 공동 기자회견 |
3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호소다파 회장인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자민당 헌법개정추진본부장은 "아베 내각의 업무를 이어갈 리더가 최선"이라고 말했고 아소파 회장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는 "위기 관리·정책 수행을 담당해 온 관방장관의 경험이 매우 크다"고 말하는 등 스가를 치켜세웠다.
다케시타파를 이끄는 다케시타 와타루(竹下亘) 전 자민당 총무회장은 "국난 시기에 강한 내각을 만들어야 한다"며 스가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했다.
향후 소속 파벌 의원이 각료가 되거나 자민당 주요 보직에 기용되기를 기대하며 공개적으로 '충성 맹세'를 한 셈이다.
중앙 행정기관이 밀집 지역인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가스미가세키(霞が關)에서는 "스가에게 찍히면 출세할 수 없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돌고 있으며 각료 경험자는 "다들 스가 정권이 됐을 때 찬밥 신세가 될 것을 두려워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아사히는 분위기를 전했다.
일본 주요 언론에 분석에 따르면 스가는 당내 국회의원의 표 70% 이상, 총재 선거 전체 표의 절반 이상을 확보해 당선이 매우 유력한 상황이다.
주목할 점은 스가 대세론 만들기에 가장 먼저 나선 니카이파가 회견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스가와 그림자 |
니카이파도 스가 지지 회견을 함께 하고자 했으나 3개 파벌이 거부한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은 보도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니카이파(47명)가 발 빠르게 움직여 주도권 다툼에서 유리한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엿보이자 주요 3개 파벌이 손을 잡고 견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따돌림에 대해 니가이파 소속인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전 관방장관은 "지원하려는 마음을 마찬가지이므로 함께 해야 했던 게 아니냐. 벌써 주도권 쟁탈전을 한다는 쓸데없는 억측을 부른다"고 아소 부총리에게 불만을 표시했다.
호소다 파의 한 간부는 "먼저 연출 극을 서두른 것은 니카이파"라고 반론했다.
니카이파는 2일 스가 관방장관에게 출마를 권하는 요청서를 따로 전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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