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이춘재. 연합뉴스 |
연쇄살인범 이춘재(56)는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낼까.
‘진범 논란’이 제기된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재심 재판부가 이춘재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유일한 증거였던 ‘체모’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감정 불가’ 판정을 내린 데 따른 후속 조처다. 이에 따라 일련의 살인사건을 저지른 뒤 교도소에서 이를 자백하며 신상공개가 이뤄진 이춘재가 처음으로 일반에 모습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 8차 사건 재심 재판부 “이춘재 소환·신문…재심 재판 마지막 증인”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박정제)는 7일 열린 이 사건 재심 5차 공판에서 “재심 재판 마지막 증인으로 이춘재를 소환해 신문하겠다”고 밝혔다.
법원의 이춘재 증인 채택 결정은 ‘진범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유일한 증거인 현장 체모 감정이 무위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1987년 1월 5차 사건이 발생한 화성 황계리 현장에서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
재판부는 “지난달 11일 현장 체모 2점에 대한 감정 결과가 국과수로부터 도착했다”며 “그러나 해당 체모는 테이프로 인한 오염과 30년 이상 보관된 시간으로 인해 DNA가 손상 및 소실 됐고, 모발이 미량이어서 DNA가 부족해 판단 보류(감정 불가)결과가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과수는 2017∼2018년쯤 국가기록원에 이춘재 8차 사건 감정 관련 기록물을 이관한 바 있다. 이 기록물의 첨부물에 사건 현장 체모 2점이 테이프로 붙여져 30년 넘게 보관됐다.
법원은 지난 5월 이들 체모에 대한 압수영장을 발부해 신속하게 체모를 확보했다. 이어 국과수는 지난 6월 감정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국과수는 현장 체모 2점과 재심피고인 윤모(53)씨의 DNA, 그리고 대검이 보관 중이던 이춘재의 DNA 데이터베이스를 비교 분석한 결과, 지난달 ‘감정 불가’ 판정을 내렸다.
윤씨 측은 30여년 전 이뤄진 경찰의 첫 감식에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증인석에 앉은 이춘재 8차 사건 당시 감식 담당 경찰관은 “당시 감식 업무는 사건의 중요성을 고려해 (상위기관인) 지방경찰청 감식반이 담당했다”고 진술했다.
‘화성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옥살이를 한 윤모(52)씨가 지난해 11월 13일 오전 재심청구서를 들고 경기 수원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
◆ 30여년 전 유일한 증거 ‘감정 불가’ 판정…이춘재 교도소에선 사건 자세히 기억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모씨 집에서 13세 딸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이른다.
이듬해 범인으로 검거된 윤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상소했다.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2심과 3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기각했다.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된 윤씨는 이춘재의 범행 자백 이후인 지난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올해 1월 이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최근 윤씨는 한 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스스로 얼굴과 이름 등을 공개하는 등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띠고 있다. 이춘재도 교도소에서 8차 사건을 자백할 당시 경찰 프로파일러에게 범행을 상세하게 묘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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