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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잿더미 된 그리스 최대 난민캠프… 코로나 격리에 불만 폭발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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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비상사태 선포…난민 1만2000여명 갈곳 잃어

조선일보

화재가 발생한 그리스 남동부 레스보스섬에 있는 모리아 난민캠프에서 한 난민이 9일(현지 시각) 짐을 챙겨 대피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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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최대 규모의 난민수용시설이 대형 화재로 전소됐다. 이로 인해 난민 1만2000명 이상이 갈 곳을 잃었다. 그리스 정부는 해당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8일(현지 시각) 밤 그리스 남동부 레스보스섬에 있는 모리아 난민캠프에서 불이 나 캠프에서 체류 중이던 난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일이 벌어졌다. 불은 최대 시속 70km인 강풍을 타고 빠르게 번졌고, 이로 인해 캠프 시설 대부분이 불에 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재까지 연기를 들이마신 사람들 외에 다치거나 숨진 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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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고 있는 그리스 레스보스섬의 모리아 난민캠프.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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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당국은 이번 화재가 방화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당국은 모리아 난민캠프 봉쇄 조치에 불만을 품은 난민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캠프는 앞서 이주 초 코로나 확진자 35명이 발생해 폐쇄됐는데, 격리 예정이었던 난민들이 소요를 일으킨지 직후에 화재가 났기 때문이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캠프 내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로 불이 시작됐다”며 “난민들이 진화를 시도하는 소방관들에게 돌을 던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 캠프 주민은 언론인터뷰에서 “지난 밤 캠프에 살고 있는 몇몇 사람들은 격리 조치에 화가 났고 그들은 작은 불을 피우기 시작했다”며 “이로 인해 경찰이 왔고 그들은 최루탄을 쐈다. 불이 커졌고 우리는 도망갈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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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레스보스섬의 모리아 난민캠프에서 소방관이 불을 끌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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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아캠프의 최대 수용인원은 2757명인데, 불이 났을 당시 그 4배가 넘는 1만2600명이 살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곳은 그리스 내에서 가장 체류자가 많은 난민 캠프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성인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은 어린이 407명을 비롯해 4000명 이상의 아동들이 이곳에 체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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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난민들이 그리스 본토를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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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정부는 난민들을 위한 대피소를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재민이 된 난민들을 페리와 해군 함정 등에 나눠 임시 수용하는 한편, 보호자가 없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유럽연합(EU)의 지원하에 본토로 이송할 계획이다. 한편, AFP통신에 따르면 코로나 확진을 받은 난민 35명의 행방이 밝혀지지 않아 이들이 캠프 바깥에 코로나바이러스를 퍼뜨릴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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