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캘리포니아 방문해 산불 원인 산림 관리 탓
"과학자도 무엇이 일어나는지 몰라" "놔두면 온도 내려갈 것"
대선 막바지 기후변화 여론몰이 촉각
[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미국 서부지역의 대규모 산불이 50일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의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산불의 원인이 기후변화에 있다는 주장을 일축했지만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등은 서부지역 산불을 대선판으로 강하게 끌어들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대규모 산불이 발생한 캘리포니아주를 방문해 개빈 뉴섬 주지사의 브리핑을 듣고 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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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분위기는 트럼프 대통령이 캘리포니아를 방문해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주지사 등과 설전을 벌이면서 짙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를 방문해 뉴섬 주지사를 포함한 관계자들로부터 산불 브리핑을 받던 중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발언에 대해 날씨가 "점점 더 시원해지기 시작할 것"이라며 "그냥 지켜보라"고 반응했다.
그러자 웨이드 크로풋 캘리포니아주 천연자원부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변화에 무관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학을 무시하고 산림 관리가 모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캘리포니아 주민을 보호하는 데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산불의 원인이 된 무더위와 번개가 기후변화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무관심을 비판한 발언이다. 뉴섬 주지사도 "우리는 기후변화가 진짜라는 과학을 옹호한다"고 크로풋 장관을 거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크로풋 장관이 "과학이 당신의 의견에 동의했으면 좋겠다"고 하자 "나는 과학도 무엇이 일어나는지 잘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응수하기까지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파괴적 대형산불이 기후변화를 대선 캠페인에 주입하고 있다'라는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캘리포니아에서 산불의 책임을 비판할 또 다른 범인을 찾았다"며 "산림 관리"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 서부에 큰 피해를 몰고 온 대형 산불과 기후변화의 연관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섬 주지사를 향해 "유럽은 불에 더 잘 타는 나무가 있지만 매우 강력한 관리를 했고 어떤 문제도 없다"고 질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사 직후 기후변화가 산불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건 관리 상황에 더 가깝다"며 유럽에는 핀란드, 오스트리아처럼 숲이 많은 '산림 국가'가 있지만, 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플로리다 등 남부 지역을 강타하는 허리케인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온 것과는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플로리다는 당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합주인 반면, 캘리포니아는 민주당 우세 지역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도 대책을 강구하기보다는 오히려 주정부의 문제라는 점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민주당은 공세를 펼쳤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을 '기후방화범'이라고 맹비난하며 공세에 나섰다. 바이든은 이날 델라웨어주 자연사박물관 앞에서 "트럼프의 기후변화 부정이 산불과 홍수, 허리케인을 불러온 것은 아닐지 몰라도 그가 재선되면 이런 지옥 같은 일들이 더 흔해지고 더 심해지고 더 치명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도 기후 변화를 거짓으로 경멸하고 환경 규제를 철회한 트럼프 대통령과 부통령 시절 적극적으로 온실가스를 억제하는 데 나섰던 바이든이 극명하게 대립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체결된 파리기후협약에서 미국의 탈퇴를 지시한 바 있다.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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