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C 국장 "백신, 내년 말에" vs 트럼프 "말 조심해"
보건부는 검사 줄여 코로나 확산세 축소 시도 의혹
백악관에서 열리고 있는 코로나19 브리핑© AFP=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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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미 대선을 앞두고 맞수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과 조 바이든 후보측이 아니라 트럼프 진영과 백신 전문가들의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 보도했다.
과학을 정치화하려는 트럼프 측과 이에 저항하는 과학자들 사이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것.
앞서 16일 마이클 카푸토 미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림프 질환에 필요한 검진을 받아야 해서 휴직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페이스북 라이브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과학자들이 조 바이든 후보를 돕기 위해 공모하고 있다고 비난했다가 거센 역풍을 맞은 후였다.
몇몇 고위 보건 관리들은 "카푸토 대변인의 휴직 사태는 선거가 다가올수록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임명한 이들과 행정부 내 다른 과학자들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악화됐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눈에 띄는 신호"라고 말했다.
◇ 백신 보급 시기 갈등…트럼프 "말 조심해" : '코로나19 확산이 잦아들고 있다' '백신이 곧 보급될 것이다'는 긍정적인 공식 발표가 있기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 측과 제대로된 사실을 전달하려는 과학자들 사이에 긴장과 마찰이 고조되고 있다.
가장 최근의 일은 16일 로버트 레드필드 CDC 국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있었다.
로버트 레드필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국장© AFP=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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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필드 국장은 이날 상원에 출석해서 "2021년 말까지는 백신이 널리 보급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마스크가 백신보다 바이러스와 싸우는 데 유용하다"고 말했다. 올해 백신이 널리 보급될 것이라고 주장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 몇 시간 후 최고위급 보건 당국자 한 명에게 "아마 그가 실수를 한 것 같다"고 말하며 압박했다.
지난달 알렉스 아이자 보건장관은 실험실에서 진행하는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는 더 이상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관계자들은 이 결정이 코로나19 진단 테스트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난을 잠재우기 위해 취한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정확하지 않은 검사 결과가 만연할 것을 우려한 스테판 한 FDA 국장과의 갈등 상황에서 나온 것이었다.
◇ 코로나 확산세 축소 시도, 정책도 갈팡질팡 : 앞서 보건부가 공식 검사 수를 적게 해 확진자 수를 줄이려는 트럼프 대통령을 도우려 했다는 의혹도 있있다.
CDC는 지난달 검사 지침을 바꿔 바이러스에 노출됐지만 증상이 없는 사람은 검사가 필요 없다고 권고했다. 그 후 이 결정에 대한 모든 질의를 보건부로 보내서 사실상 이 결정을 보건부에서 낸 것임을 암시했다.
보건부는 또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 등을 보고하는 주간보고서 내용에도 정치적 입김을 불어넣으려고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코로나 환자들이 다시 급증한 여름 무렵부터 보건부 관리들은 CDC의 보고서 내용을 사전 검토하거나 사후 수정하려고 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 주차장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차량이 길게 늘어서 있다. © AFP=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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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자들 "우리 입에 재갈 물리려 한다" : 레드필드 CDC국장은 16일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가 지난주 입수한 이메일에는 카푸토 대변인의 고문인 폴 알렉산더 교수가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의 경우를 들며 관계자들에게 어떻게 언론의 질문에 답해야 하는지 지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이메일이 알려지자 알렉산더 교수는 고문직을 떠났다.
보건 기관의 한 관계자는 알렉산더 교수의 행동은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카푸토 대변인과 그외 사람들의 전형적인 압박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은 우리 과학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고 한다"면서 "우리가 가진 가장 큰 힘이 대중에게 직접 말하고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진실을 말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ungaung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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